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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통합의학’ 권위자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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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만난 사람] ‘보완통합의학’ 권위자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
지난 18일부터 이틀 동안 전라남도 무안군에서 ‘2007 보완통합의학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보완통합의학은 서양의학과 한의학에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의술인 보완대체의학까지를 포함한 의학을 가리키는 말로 21세기를 이끌 의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국내 학계가 보완통합의학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 전문가들을 처음으로 초청해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한 자리였다. 전남도는 전남을 보완통합의학의 중심지로 키우려는 생각으로 행사를 챙겼다. 개막식날 이번 행사의 자문위원장 역할을 한 전세일(72)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을 만났다. 세브란스 재활병원장을 지냈고 미국 침구사 자격도 가진 전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대체의학대학원을 만들어 이끌고 있으며, 한국보완대체의학회장과 국제자연치유의학연맹총재를 맡고 있는 보완통합의학의 국제적 권위자다. 서양의학·한의학 만남에 각국 전통의술까지 아우르는 21세기 ‘신의학’으로 주목“양방·한방 두 날개에 민간요법·전통음식 접목하면 한국의학 세계적 수준 될 것”
식사 ·운동·수면·호흡·마음 바르게 돌보면 ‘건강’ 절로 자신이 개발한 건강법으로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어보이는 전 원장은 ‘투병’중이었다. 감기. 여느 의사들은 만병의 근원으로 여기지만 그는 “몸의 정화작용으로 가끔 걸려야 건강하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의사와 한의사의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라며 “서양의학과 한의학에다 다양하게 전해오는 전통 민간요법과 된장·김치와 같은 전통 건강음식을 연구해 이를 치료에 접목시키면 우리 의학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 보완통합의학의 한 축인 보완대체의학도 일반인에게는 낯선 말인데요. “70년대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서구에 침술이 처음 알려진 뒤 서양의학은 한의학과 각국의 전통 의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이를 대체의학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의사들은 대체라는 말 대신 서구의 정통의학을 보완한다는 뜻에서 보완의학이라고 지칭했습니다. 보완대체의학은 두 개념 모두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해서 용어를 합친 것입니다.” - 각국의 전통 의술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보완대체의학으로 꼽히는 것들만 200가지가 넘습니다. 카이로프랙틱, 아로마테라피, 미술치료, 최면요법 등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치료법도 적지 않습니다. 구더기나 거머리를 이용하는 생물체요법도 있습니다. 벌침이 대표적인 생물체요법입니다. 구더기는 썩어 들어가는 부위의 고름을 먹고 새 살을 돋아나게 합니다. 거머리는 관절의 염증을 빨아 먹습니다.” - 서구 의학계에서는 보완대체의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의사들의 연구가 활발하며 정부에서 이를 적극 지원해 효능이 입증된 치료법은 의료계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 안에 국립보완대체의학국을 둬 연구를 지원하고 있고 120여개 의과대학 가운데 100여 곳에서 보완대체의학을 정식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구더기 연구도 의사들이 합니다. 연구를 통해 구더기는 썩은 피가 먹이이고 신선한 피를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상처에 따라 구더기를 몇 마리 넣어야 효과적인가, 어느 연령대의 구더기가 치료 효과가 좋은가 등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연구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라남도가 보완통합의학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전남이 보완통합의학의 중심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박준영 지사는 개막식에서 깨끗한 자연환경과 천일염, 해조류, 친환경 농수산물 등을 장점으로 들던데요. “보완통합의학에는 치료법뿐만 아니라 특산물을 활용한 치료제와 건강식품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특성이 있어서 모든 지역이 서로 특장점을 지닌 보완통합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전남은 강점이 많습니다. 지역 특산물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여기에 관광 등 문화적 가치까지 첨가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건강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달리 우리나라는 서양의학과 한의학 사이의 벽이 높고 의료인들은 보완대체의학을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폄하하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나쁜 점도 있지만 양방과 한방 사이의 치열한 경쟁과 견제는 우리나라 의료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우리 의학이 더 발전하려면 앞으로 양방과 한방의 두 날개를 모두 써야 합니다. 그래야 높이 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전래되는 민간요법과 전통음식까지 접목하면 세계 최고가 될 것입니다. 한의원에서 벌침을 쓰고, 병의원과 한의원에서 모두 카이로프랙틱이나 미술치료 등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 의학이 그런 쪽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보완대체의학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둘 사이의 벽은 여전히 높아 통합의학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지도층이 아니라 민초들이 지키고 키워온 나라입니다. 의료 통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 일원화가 되지 않고 있지만 소비자인 환자들은 이미 병원, 한의원, 민간요법까지 스스로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환자 수준에서는 이미 보완통합의학이 상당히 이뤄진 상태입니다. 의료계도 바뀌고 있습니다.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개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차병원이나 경희대, 동국대 병원처럼 병원과 한방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보완통합의학도 결국은 발병 뒤의 치료에 관한 것입니다.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가 아닌가요? 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신 것으로 압니다. “평균 수명이 느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은 점차 나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됩니다. 사람이 유일한 자원인 나라이기 때문에 건강은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의료계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으로 올바른 건강법을 알리고 특히 학교에서 이를 가르쳐야 합니다. 식사, 운동, 수면, 호흡, 마음 등 다섯 가지를 올바르게 유지하면 건강해짐을 알고 이를 건강오정법이라 이름지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를 보급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목포/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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