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5 19:37
수정 : 2007.10.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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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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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한 시민단체가 지난 9월 서울시내 식당들의 화학조미료 사용실태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뒤 화학조미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에도 화학조미료가 여러 차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제로 식당에서 사용하는 양을 파악해 발표한 뒤 일어난 논란이라 과거와 다른 면이 있다. 조사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쓰고 있으며 그 양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화학조미료는 동물, 식물, 광물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천연조미료와는 달리 자연에 있지 않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화학조미료 논란이 일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은 ‘엠에스지(글루탐산나트륨·MSG)’다. 이는 화학조미료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엠에스지가 몸에 해로운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엠에스지 사용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고, 위해성 측면에서 설탕이나 소금과 비슷하게 취급한다. 곧 섭취 자체보다는 먹는 양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엠에스지를 위해물질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엠에스지가 들어간 음식을 먹은 뒤 두통, 메스꺼움, 가슴통증, 저림, 졸음, 무력감, 심장박동 빨라짐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천식, 고혈압, 심부전, 우울증, 알레르기 환자들은 엠에스지를 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신생아들이 먹는 식품에는 엠에스지를 첨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엠에스지 논란이 일자 일부 사람들은 정부가 엠에스지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이는 설탕과 소금 사용을 규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로선 규제보다 사회적 운동이나 인식 전환으로 화학조미료 문제를 해결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일 것 같다.
가공식품과 달리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조미료 사용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식당들이 자발적으로 엠에스지 사용 여부를 알리고, 이를 먹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음식을 주문하면서 빼 줄 것을 요청하도록 하면 된다. 소금처럼 조미료를 담은 병을 탁자에 놓고 소비자가 입맛에 따라 사용량을 조절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다. 또 화학조미료를 적게, 혹은 전혀 쓰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개발해 이를 널리 보급하는 일도 필요하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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