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1 21:53
수정 : 2007.11.0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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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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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1991년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은 〈60분〉이라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들이 미국인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42%나 낮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방송이 나간 뒤 포도주 판매량은 크게 늘었고, 포도주는 몸에 좋은 술로 인식됐다. 학자들은 포도주에 많이 들어 있는 각종 항산화제 성분이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포도주 열풍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포도주가 몸에 유익한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포도주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도주에 든 이산화황이 대표적인 예다. 이산화황은 포도주의 발효 과정에서 저절로 생기기도 하지만 일부러 넣을 때도 많다. 이산화황이 포도의 가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세균의 번식을 억제해 포도주의 맛과 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준을 넘지 않을 정도라면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이산화황이 일부 사람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천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심할 때는 호흡곤란까지 가는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민감한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 뒤 호흡곤란, 재채기, 두드러기, 가려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붉은 포도주는 두통을 일으키기 쉽다. 이를 마신 뒤 코가 막힌다면 이는 붉은 포도주에 많이 든 히스타민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수입산 포도주에서 발암물질인 에틸카바메이트가 다량 검출되기도 했다. 이 물질은 식품의 저장 및 숙성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포도주뿐만 아니라 청주·위스키 등 다른 술에서도 검출되고, 된장·고추장·치즈 등에도 존재한다.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들이 에틸카바메이트 때문에 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보고는 아직 없으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면 구토, 의식불명, 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입증됐으며, 국제암연구소가 발암성이 의심되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에틸카바메이트 생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신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익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고 포도주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하루 2잔을 넘지 않을 때만 해당되고, 이를 넘으면 오히려 손해만 커진다는 점에 명심해야 한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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