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2 01:44
수정 : 2007.11.0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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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CT) 촬영을 하는 모습. 평면 필름을 입체 모양으로 바꿔보면 판독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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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촬영 영상 입체 판독법’ 국제학술지 논문 선정
“5분만에 고통없이 진단…정확도 내시경과 엇비슷”
이미 혹 있다면 수술도 함께 하는 내시경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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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시티(CT)로 환자의 대장 부위를 찍은 뒤 3차원으로 영상을 바꿔 판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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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암 가운데 하나가 대장암이다. 과거에는 드물던 대장암이 최근에는 발생 순위를 볼 때 남성은 4위, 여성은 3위를 기록할 정도다. 지방질 함량이 높은 서구식 식사 습관과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활동량,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항암제 사용, 수술, 방사선 요법 등 대장암 치료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려는 검진법 역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의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시티(CT) 촬영 뒤 평면인 필름을 컴퓨터를 이용해 입체 형태로 만들어 분석하면 현재 흔히 쓰이는 검진법인 대장내시경보다 환자들에게 덜 고통을 주며 진단이 훨씬 쉬워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변검사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두고도 최근 여러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티 대장 검사=김세형·최병인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시티로 대장 부위를 찍은 뒤 기존 평면 형태의 시티 영상을 입체 모양으로 바꿔 판독해 본 결과 대장내시경 검사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진단이 정확하고 대장내시경에 비해 환자의 불편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영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방사선학> 9월호에 ‘이달의 논문’으로 선정돼 실렸다.
이를 보면 김 교수팀은 9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티 대장조영술을 한 뒤, 평면 필름과 입체 영상의 판독 정확도 및 걸리는 시간 등을 비교했다. 결과 6㎜ 이상 혹의 진단율은 입체 영상과 평면 필름 판독에서 각각 69~77%, 63~69%로 나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1㎝ 이상 혹에서는 두 판독기법 모두 100% 정확도를 보였다. 하지만 판독시간에서는 입체 영상이 환자 한 명당 9.5분이 걸린 데 비해 평면 필름은 14.2분이 걸려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김 교수는 “기존에 시티 조영술 뒤 필름 분석으로도 1㎝ 이상 크기의 혹 또는 암의 80~95%를 진단할 수 있어 대장내시경에 견줘 정확도에 손색이 없고 5분 이내에 간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다만 판독 시간이 길고, 의사의 능력에 따라 판독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입체 영상으로 이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장내시경 검사는 환자들이 검사 자체를 피하거나 두려워하는데다가 드물게 대장에 상처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앞으로 비용 대비 효과 연구를 거치면 3차원 시티 조영술이 대장암의 좋은 조기검진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박상민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지원과장팀은 200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와 기존 대장암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10년에 한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아예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보다 50살 이상 성인 한 명당 평균 10일 정도 생명연장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대장암을 조기 발견해 1년 이상 더 살게 하는 치료 비용도 184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박 과장은 논문에서 “현재 국가암 조기검진 방법인 대변검사 뒤 이상이 있는 사람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방법보다 50살 이상에서는 10년에 한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최근 대장암 증가의 속도를 볼 때 50살 이상에서는 5년에 한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립암센터 연구와는 간격의 차이이지 대장내시경 검사가 좋은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선택은?=대장내시경 검사가 부담스럽거나 두려운 사람은 서울대병원팀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3차원 시티 촬영술을 선택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에 대장에 용종이 있는 사람은 검사와 동시에 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대장내시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비용을 생각한다면 대변검사 뒤 대장조영술 또는 내시경을 받도록 하는 국가암검진은 소득계층 하위 50%(한달 건강보험료 기준 직장가입자는 5만2500원, 지역가입자는 6만3000원 이하) 에 해당되는 사람은 무료로 받을 수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유리하다. 앞으로 3차원 시티조영술 등에 정부 보조가 주어진다면 이는 달라질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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