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8 19:49
수정 : 2007.11.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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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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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우리나라의 웬만한 대도시에서는 창문을 연 채로 운전하기 쉽지 않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할 때면 계속 창문을 닫고 있을 수만도 없다. 숨을 쉬면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창문을 닫았다 하더라도 밖에서 배기가스가 들어와 답답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창문을 닫고 오랫동안 운전하면 차 안의 오염물질 농도가 바깥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자동차 안의 공기 오염으로 생기는 피해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오염 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은 짧지만 좁은 공간에서 높은 농도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한 대학과 연구소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연구는 차량 안 오염물질 노출 실태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연구진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과 차를 탔을 때 오염물질에 노출된 정도를 파악한 결과, 차에 타고 있는 동안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이 차를 타는 시간은 하루 전체 시간의 10% 미만이었지만, 하루 동안 디젤매연과 초미세먼지를 마신 양의 33~45%는 차에 타고 있는 동안 일어났다. 특히 급가속을 하거나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됐다.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사람의 세포벽을 통과해 몸 전체로 퍼져 나가 심장병, 호흡기 질환, 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분진은 디젤 자동차에서 월등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환경부는 디젤 매연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한편 운전하면서 창문을 닫거나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절하면 일시적으로 차 안 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됐지만, 이런 효과는 오랜 시간 지속되지 못했다. 또 기체 형태의 오염물질을 막는 데도 효과가 없었다. 차에 탔을 때 외부 공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가장 해치는 순간은 차를 탈 때일 것으로 추측했다. 때문에 가능하면 차를 타는 시간을 줄이고 자동차 외에 기차, 자전거, 걷기 등의 대체수단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자동차 운전자가 배기가스로부터 생기는 피해를 줄이려면 주변 상황에 따라 창문을 열고 닫는 요령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차가 출발하는 순간이나 막히는 도로, 그리고 터널에서는 창문을 닫아 외부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차량의 흐름이 원활하거나 한적한 곳에서는 잠깐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게 좋다. 꽉 막힌 도로에서 담배를 피우느라 창문을 열고 운전하는 행위는 오염물질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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