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5 20:20
수정 : 2007.11.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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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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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서울시가 ‘아토피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초등학생의 30%가 아토피를 앓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아토피를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아토피는 ‘기묘하다, 생소하다’는 어원을 지닌 정체가 모호한 알레르기 질환이다. 아토피 발병에는 유전·환경·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아토피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고려할 때 유전 못지않게 물리적 환경과 사회문화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토피가 선진국에서 심한 탓에 ‘위생가설’로 이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살면 병원체와 접촉할 기회가 적어 면역체계가 아토피가 나타날 위험이 커지도록 변한다는 주장이다. 비누를 사용하여 목욕을 자주 하거나 침구류 세탁 때 세제가 남아있으면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다. 주거환경의 변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겨울철에 난방으로 고온 건조한 상태에 놓이는데, 이러한 환경은 아토피에 불리하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은 저층에 비해 환기가 잘 안 되고, 실내가 더우며, 바깥 공기의 꽃가루 농도가 더 높아 아토피 환자가 살기에는 부적합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이 천식과 아토피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미세먼지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디젤 자동차에서 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디젤 자동차에 대한 정책 변화없이 아토피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모유 수유가 줄고 있는 것도 아토피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유는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반면 우유나 유제품은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토피 예방을 위해서는 최소 여섯달 이상의 모유 수유가 권장된다. 새로 지은 집에서도 아토피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 각종 건축자재에서 아토피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화학 물질이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멘트의 인체 위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데 시멘트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토피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증거가 있으므로, 시멘트로 인한 아토피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염소로 소독한 물을 사용하는 수영장에 자주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아토피가 나타날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토피의 원인이나 치료법이 확실하지 않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아토피를 개인적 질병으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아토피는 정부 차원에서 장기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환경성 질환이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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