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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7 18:18 수정 : 2007.11.27 18:18

위의 사진 중 반은 악성궤양(위암)이고, 반은 양성궤양이다. 신이 아니면 육안으로 구별 못하고, 조직검사에서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구별이 어려워야 정상아닌가? 인간, 생명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다.

육안만으로 악성궤양(위암)과 양성궤양(위궤양)은 구별이 힘들다.

눈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암으로 보이는데, 조직검사에서는 그냥 양성궤양인 경우도 있고, 눈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양성궤양인데, 조직검사에서 위암으로 나오는 수도 많다.

그래서 위내경 중 발견된 위궤양은 꼭 조직검사를 해야 하며, 2달 뒤 다시 조직검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본 환자 중 육안적으로는 위암인데, 조직검사에서는 계속 암세포는 안나오고 염증세포만 나와 1년 간격으로 8년 동안 내시경을 한 결과 위암이 나온 경우도 있다. 몇 달간 반복검사를 하다보면 위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 오진한 것이라며 황당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있다. 몇 년 동안 한의원에서 약 먹고 침 맞고, 몇백만원어치 웅담도 먹다가 와서는 내시경하고, 위암이 의심되어 2달 뒤 추적내시경을 하여 위암이 진단되었는데…. 2달 동안의 오진이라고 난리를 친다. 당시 위암일 수 있으니 약먹고 나서 다시 검사해야하고, 이것이 통상적인 방법인 것을 설명을 듣고 동의한 보호자는 이럴 때 꼭 나타나지 않는다.

좀 이야기가 새어 나갔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월요일 아침부터 왜 뜬금없이 위암 이야기냐고?

지난주 화요일 갑자기 변이 안나온 다고 31세 여자를 진료했다. 큰 아이는 3살, 둘째는 6달전 출산, 1달전부터 허리가 아프고, 2주 전부터 변비가 생겼단다. 변비약을 아무리 먹어도 대변이 아예 안나온 단다. 관장을 해봤다. 근데 정말 안나온다…. 인턴 선생님에게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관장을 하고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변을 좀 꺼내봐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끼리는 똥 푼다고 한다.) 그래도 안나온다.

31살 여자에게 대장내시경을 하자는 소리는 웬만해서는 안한다. 그 나이에 대장에 암이 생기는 경우는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증상이 너무 심해 2일후(목요일)에 내 스케줄에 어떻게든 끼어 넣어 검사를 했다.

대장내시경을 하는데 조금 들어가자마자, 장이 거의 막혀있다. 헉 대장암인가? 그런데 대장안은 정상인데 밖에서 눌러서 좁아져 있다. 동문서답 같지만, 남편에게 설명하고 위내시경을 했다.

위 안에도 궤양이나 혹은 없다. 그런데, 위에 공기를 넣어도 잘 펴지지를 않는다. 혹시나 했는데, 보우만 타입 4형 위암이다. 좀 특이한 위암인데, 위안의 점막은 정상이고, 위벽을 둘러싸고 밖으로 퍼져가는 종류의 암이다.

일단 입원시키고, 복부 CT를 찍었다. 다 전이된 상태다. 허리 아픈 것도 척추뼈 10개 이상에 모두 암이 전이된 상태다.

워낙 젊은 사람이 암이 생기면 이렇게 확 퍼진 상태가 많고 생존이 힘들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나도 황당하다. 차라리 대장암이라면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아서, 1년 이상 살기는 하지만 위암은 항암치료에 반응도 나쁘다. 몇 달 살기 힘들 것 같다.

오늘 아침 조직검사결과가 나왔다. 이따 오후에 남편에게 오라고 했다. 언제나 그렇듯, 냉정하게 담담하게…. 잔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야 한다. 간혹 삼류 영화와 현실을 오해하는 사람들은 내게 욕을 하고 멱살을 잡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만 불쌍하다. 저따위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환자의 여생을 잘 지켜줄까?

분명히 서울의 대형병원에 간다고 할 것이다. 검사기록 복사해 주고, 소견서 써주면 내 할 일은 끝난다. 대부분의 경우 쓸데없이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보고, 환자는 지치고, 몇백만원짜리 영약이랍시고 집 팔아서 먹고, 정작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 인생을 정리할 시간은 갖지 못하고…. 몇달 뒤에 거동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게 되면 입원해서 영양제라도 놔달라고 찾아온다. 또다른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산속에 들어가 죽을때까지 수련만 하기도 한다.

의사가 환자를 살리는 것만 일일까? 잘 죽도록 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회, 절, 사이비 종교, 가장 큰 대형교회들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렇게 사후세계를 외치는 이들이 많은데, 정작 삶과 죽음의 의미와 준비, 과정은 생각하질 않는다. 말기암 환자는 별의별 양아치와 브로커들이 돌아다니며 호객하고 약장사를 한다. 아주 봉이다.

대형병원들도 암센터라는 호객용 간판을 걸어 놓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만든 건 물론 참여정부다. 민노당, 시민단체들이다. 물론 이런 일의 시작은 김영삼 대통령, 민자당 국회의원들 때부터이니, 한나라당은 현실의 숨은 공로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암환자에게 중요한 것이 정말 무엇인지는 파악하지도 않고, 알아도 덮어둔다. 실적과 간판만 걸고, 기자회견만 하면 이들에게는 땡이다. 덤으로 이상한 논리로 의사들 욕을 하며 자신들이 서민의 대변자라고 떠들어 국민을 기만한다. 국민세금 가지고 지금도 남아도는 병원에 추가하여 써먹지도 못할 암센터를 곳곳에 짓고 다니고, '쌩쇼'를 한다. 지금도 국회의원들은 서울의 자기 지역구에 대형병원 하나 더 지으려고 난리를 치고 다닌다.

어지럽다. 너무 꼬이고 꼬인 현실. 정치권이 물갈이 되도 마찬가지였고, 시민단체가 권력을 가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군사독재의 추종자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정말 장기적으로 국민을 위한 대의정치를 할까? 그럴 것 같으며, 해방 이후 50년 동안은 그들은 독재정치를 하면서 워밍업 중이었다고 하려나?

내가 환자를 치료하러 병원에 출근하는 건지, 예비 깽판자들 방어하러 다니는 건지. 그냥 내 처지도 한심하고, 이따 만날 환자와 보호자도 불쌍하고,(이런 사람들도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어떻게 설명할지도 고민이다.

생각도 정리할 겸, 글로 남겨 둔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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