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2.06 20:06 수정 : 2007.12.06 22:33

가슴과 폐 부위를 컴퓨터단층촬영(시티)으로 찍은 뒤 이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시티 검사의 폐암 조기 발견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폐암,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 검진 꼭 해야 하나

일부 전문가 ‘연 1회 촬영·정부 지원’ 주장
미국 권위기관들 “더 확실한 증거 필요하다”
생존 연장 ‘착시’…가장 좋은 예방법 ‘금연’

폐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걸리는 암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앞으로 폐암과 관련된 사망을 줄이는 게 공중 보건의 중요한 과제다. 이 때문에 일부 관련 전문의들과 많은 언론들은 45살 이상이면서 오 랫동안 흡연을 해온 사람이라면 폐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시티·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또 이때 정부가 검진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티를 이용한 검진이 폐암 사망을 줄인다면 검진 권고와 검진 비용 지원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또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초기 폐암을 발견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시티는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검진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근거를 많이 내놓는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와 미국흉부의사학회는 “어떤 검진 방법도 폐암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저선량 시티를 폐암 검진방법으로 권고하려면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학계에서 알아 주는 권위를 가진 기관들이 왜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검진의 한계’를 바탕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암은 발생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증상이 생긴다. 때문에 증상이 없었을 때 발견해야 조기 검진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검진으로 암을 일찍 발견한 환자가 각종 치료를 받았어도 평균 4년을 살고, 증상이 있어 진료를 받아 발견된 암 환자가 3년을 산다면, 검진 때문에 1년 더 살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암이 생겨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평균 1년이 걸린다면, 검진으로 암을 발견한 환자가 1년 오래 산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일 뿐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검진 때문에 암 환자로 살아가는 기간만 1년 더 늘어난 셈이 된다.

두번째로는 검진으로 발견한 암과, 증상이 생겨서 진단을 받는 암이 같은 암이 아니라, ‘성질’이 다른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서히 자라는 암은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검진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검진으로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해당 검진의 효과가 아니라, 서서히 자라는 암을 검진으로 발견했을 뿐이다. 암은 암인데 오랜 기간 암 구실을 못하는 종류로, 굳이 검진을 통해 일찍 발견할 필요는 없는 경우다.

검진과 관련된 이런 착시 현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좀더 정교한 연구방법이 필요하다. 비슷한 환경과 조건에서 검진을 받은 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암 환자들의 사망률을 비교해야 한다. 암 진단 뒤 생존기간은 착시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계나 위원회가 결론을 위와 같이 내린 이유는 시티를 이용한 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폐암의 시티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검진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시티는 작은 혹도 잘 찾아내지만 폐암이 없는 사람이라도 폐암이 있다는 오진의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결국 폐암 진단을 위해 수술 등으로 폐 조직을 일부 떼 내는 등 ‘위험한’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시티에서 암이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면 최종 진단이 나올 때까지 환자는 엄청난 불안과 공포를 겪게 된다.

반대로 폐암이 있는데도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 ‘가짜 음성’ 역시 문제다. 이런 이유들로 여러 연구를 통해 좀더 나은 폐암 검진 방법이 나올 때까지 섣부르게 시티 검진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폐암의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은 담배를 끊는 것이다. 폐암의 80∼90%는 흡연과 관련이 있으며, 담배를 끊으면 10년 안에 폐암의 위험이 30∼50%로 줄어든다. 흡연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만으로도 폐암의 사망률이 27% 줄어든다. 조홍준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