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3 21:03
수정 : 2007.12.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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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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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충돌 사고로 엄청난 양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나왔다. 이전 사례로 비춰볼 때 이번에 유출된 기름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서해안 지역의 해양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1989년 엑손 발데스호가 알래스카의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근해에서 좌초돼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입는 피해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생태계 피해를 줄이려면 하루 빨리 기름을 걷어내야 하지만 기름 제거 작업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한 예로 2002년 11월 스페인 북서부 연안을 지나던 프레스티지 유조선이 좌초돼 6만7000여톤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었다. 사건 발생 뒤 처음 몇 주일 동안 지역 어민들과 그들의 가족이 기름 제거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기름 제거 작업을 하면서 개인용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뒤 2년이 지났을 무렵 스페인의 한 연구진은 기름이 유출됐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름 제거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건강 피해가 나타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분석 결과 기름 제거작업에 참여했던 주민들은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민들보다 호흡기에 이상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70%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했던 남성들은 만성 기침, 가래, 천식이 나타난 비율이 두 배나 높았다. 기름 제거작업이 호흡기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이는 2년 이상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결과다. 원유에는 각종 휘발성 화학물질이 많은 양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유출된 기름을 빨리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안전원칙을 지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름 제거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몸 전체를 감쌀 수 있는 의복과 장화뿐만 아니라 휘발성 화학물질이 호흡기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특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불이 났다고 해서 불을 끄려 화재 현장에 맨몸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기름 피해를 줄이려 분산제를 살포하는 문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바다에 살포된 분산제는 해양 생물, 특히 산호초에 미치는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름방울의 크기를 줄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분산제는 실험 결과, 산호초에 미치는 독성 피해가 원유보다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량을 사용했을 때에도 산호초가 죽거나 성장이 지연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호초는 인류를 위한 의약품과 식량의 보고여서 소중히 보호해야 하는 자원이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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