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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3 21:07 수정 : 2007.12.13 21:07

종합병원 응급실은 항상 복잡하다. 종합병원이 담당하지 않아도 될 비교적 ‘가벼운’ 환자까지도 몰리기 때문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병·의원 100% 활용법] 응급실인가? 시장바닥인가?

주말·야간 진료기관 태부족 환자들 ‘울며 겨자먹기’
응급의학 전문의·보조 인력도 부족 정부 지원해야
덴마크 ‘핫라인 24시간 의사 직접 상담’ 도입할만

종합병원의 응급실을 보면 이게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병원이라는 데 의문을 가지게 된다. 복도까지 꽉 차 있는 환자의 침대나, 맨바닥에 시트를 깔고 누워 있는 환자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또 의사를 만나는 데도 몇 시간이 걸리고 검사나 처치를 받으려면 꼬박 하루를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이처럼 붐비는 응급실은 환자의 인권을 유린한다.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흉하기도 하지만, 위중한 환자가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증상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중한 질환인데, 제 시간을 놓치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중년에 많은 심근경색 같이 심각한 질환은 증상은 꼭 체한 것과 같이 아주 가벼울 수 있는데, 이런 질환이 의외로 흔하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밤에 아이가 심하게 보챌 때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말이나 야간에 문을 연 의원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보건소에서 야간 진료소를 개설했지만 홍보가 미흡해 이용 실적이 낮자, 서울시는 이것마저 없애려 하고 있다. 결국 많은 응급환자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오래 기다리고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해도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현재 응급의료센터나 대부분의 종합병원 응급실이라고 보면 되는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진짜’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진료비에 1만5천~3만원의 응급실 이용료(응급의료관리료)를 추가로 내게 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가 응급환자가 아니면 응급실에 오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자신이 ‘진짜’ 응급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야간에 믿고 갈 만한 의료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들에게 이런 추가 부담을 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게다가 응급실 이용료를 받아도 가벼운 질환을 가진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줄어들지 않아 혼잡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이 제도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응급실이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 것도 복잡한 응급실의 하나의 원인이다. 응급실에 능력 있는 응급의학전문의가 충분히 있다면 응급실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이는 응급 진료의 진료비나 응급실 근무 인력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응급실 혼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응급의료에 대한 발상을 바꿔야 한다. 주 5일제가 확대되면서 이제는 주간 진료시간과 주말 및 야간 진료시간의 길이가 거의 비슷해졌다. 따라서 기존의 응급의료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야간 및 주말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덴마크의 사례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덴마크는 지역별로 주말 및 야간 진료소와 상담전화를 열어놓고 의사가 직접 상담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받은 의사는 가벼운 질환은 관련 처치 법을 알려주고, 심한 질환으로 판단되면 환자를 직접 방문할지 또는 환자를 주말 및 야간 진료소에 오라고 할지를 결정한다. 야간 및 주말에도 낮과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주말 및 야간진료의 실질적인 운영은 지역의사회가 담당하고, 진료소의 설치와 상담전화 체계에 필요한 재정은 정부가 부담한다.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되면 의사는 앰뷸런스로 환자를 지역병원 응급실로 후송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종합병원 응급실이 혼잡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종합병원이 담당하지 않아도 될 비교적 ‘가벼운’ 환자를 떠맡기 때문이다. ‘가벼운’ 응급 환자에게 진료비를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해서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이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체계를 새로 만들어줘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야간에 응급 상황이 생겼다면 응급의료정보센터(국번 없이 1339, 휴대전화는 ‘지역번호’ + 1339)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주변 동네의원의 진료 시간을 미리 알아둬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 정보 사이트(hi.nhic.or.kr)에서 의료기관의 진료시간과 응급의료센터에 관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조홍준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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