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3 19:41
수정 : 2008.01.0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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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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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연초부터 동장군의 기세가 드셌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스케이트, 암벽 등반, 스키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옛날보다 주거환경이 좋아져 날씨의 영향을 덜 받게 되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인간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04년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인 에버트 반 블리트는 날씨가 사람들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연구 결과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은 춥거나 더울수록 행복도가 높고,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은 20도 근처의 온화한 기온일 때 행복감을 더 느꼈다. 몹시 덥거나 추울 때 소득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사이의 행복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춥거나 더울 때 날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결국 경제력 등 자원이 많고 적음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이를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이 충분하며, 시설 이용료를 낼 충분한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웬만한 더위와 추위는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으레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우니 기후에 대한 ‘자연 순응’ 외에 별 다른 방도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극단적인 날씨가 행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유한 사람들은 찌는 여름은 해수욕을 위한 휴가의 기회로, 수시로 내리는 눈은 스키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춥거나 더운 기후 조건은 가난한 사람은 더 불행하게, 부자인 사람은 더 행복하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기후와 소득이 행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부자들은 몹시 춥거나 더운 기상조건에서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큰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이처럼 극한 기상조건에서는 이타심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온화한 기상 조건에서는 이타심이 높아졌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욱 자주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의 특성이 점점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추위와 더위가 더 혹독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같은 계절을 두고 행복과 불행으로 갈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빈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기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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