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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펫 검사를 통해 몸안 모든 암을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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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100% 활용법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에 발견’ 이론일 뿐이다
전국 60여대 보급…검사비 100만원대 ‘고가’조기 발견 효과 높지 않고 때론 무용지물도
건강검진 단계보다는 ‘재발’ 등 추적에 적합 의료 상품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의료기관마다 첨단 의료기기나 진단·치료 방식의 ‘좋은 면’만 내세울 뿐 ‘부작용’엔 눈을 감는다. 그사이 ‘의료 과소비’의 폐해는 커지고, 정작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의학 상식이나 건강 정책에 대한 관심은 실종되었다. 환자들이 자기 몸과 형편에 맞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병·의원 100% 활용법을 10여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집필은 조홍준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최용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백한주 가천의대 내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돌아가며 맡는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페트·PET)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암을 다 발견한다’는 건강검진센터의 광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신문 등 대중매체에서도 페트를 ‘꿈의 검진’이라고 치켜세우고 ‘온몸을 훑으며 5㎜ 이상의 암을 색출’한다고 쓰고 있다. 이런 광고나 기사를 믿는 사람들은 힘들고 고통스런 유방 촬영이나 내시경 검사 대신 모든 암을 한 번에 편하게 찾아낸다는 페트 검사를 받으러 큰 병원과 검진센터를 찾고 있다. 1994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페트는 현재 전국에 60여대가 보급돼 있다. 이 검사는 질병이 생겨 종양이나 암 덩어리처럼 우리 몸 안 여러 기관의 형태 변화가 나타나기 이전의 생화학적인 이상부터 찾아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존 검사에 견줘 질병을 미리 진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페트 검사를 통해서도 이상을 보이는 곳의 크기가 1㎝ 미만이면 발견이 쉽지 않다. 실제 일부 위암과 전립선암, 또는 폐암의 경우 실제로는 암과 같은 질환이 있지만, 페트 검사에선 나타나지 않는 사례들이 있다. 반대로 페트 검사를 통해서도 결핵 혹은 곰팡이 감염이 폐암과 구별되지 않는 사례들도 있다. 이때 진짜 암인지를 확인하려면 컴퓨터단층촬영(시티·CT) 등 높은 가격의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이 경우 과다한 방사선 노출 등 불필요한 위험을 겪게 되고, 암이 아니라는 최종 진단을 받을 때까지 환자는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를 겪을 수 있다. 아울러 당뇨가 있거나 정상보다 피 속의 당 농도가 높을 때도 페트 검사는 무용지물이다. 검사에 쓰는 의약품이 피 속의 당 성분과 매우 비슷해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페트는 현재 정부가 권장하는 5대 암의 효과적인 검진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는 유방촬영(유방암), 대장내시경(대장암), 자궁세포진검사(자궁경부암), 위내시경(위암), 초음파(간암) 등에 비해 진단의 정확성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등 여러 의학회는 어떤 질환에 대해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 발견하려는 질병이 흔한 것이어야 하고, 둘째 조기 발견에 따른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있어야 하며, 셋째 안전하고 효과적인 진단 방법이어야 하고, 넷째 검사방법이 정확해야 하며, 다섯째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는 안 되고, 여섯째 검사가 너무 힘든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다. 이 기준에 비춰 보면 페트 검사는, 다른 검사에 견줘 정확도가 높지 않고 검사비용도 100만원 안팎으로 매우 비싸다. 안전성에서는 방사선 노출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일반적인 전신 페트 검사의 방사선 노출량은 보통 가슴이나 배 쪽을 찍는 시티 검사와 비슷한 정도다. 하지만 최신 검사인 페트-시티는 페트 검사에 시티 검사의 방사선 노출량이 더해진다. 이를 반복적으로 받는다면 방사선 피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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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준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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