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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8 13:42 수정 : 2008.01.08 13:42

병원들은 공개된 진료 평가 결과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진료 평가 결과 공개는 환자들에게는 병원 선택에 좋은 정보가 되고 병원에는 의료의 질 향상에 나서게 하는 동기가 된다. 서울대병원 제공

병·의원 ‘진료 평가 공개’ 도움되나

‘심평원’·보건복지부 일부 정보 공개…세계적인 추세
‘의사 선택 때 영향’ 미미…‘가족·친구 평판’ 더 의존
‘의료서비스 향상’ 사회적 압력 효과…적극 활용 필요

의사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병원이나 의사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듣기 일쑤다. 하지만 아무리 의사라도 답을 주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병원이나 의사의 수술이나 치료 성공률, 합병증 발생률 등과 같은 객관적인 평가 자료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몇 해 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건복지부가 일부 진료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들 자료엔 아직까지 이런 저런 한계나 부족함이 있지만, 환자에게는 의사나 병원 선택을 위한 좋은 정보가 되고 의사 등 의료 공급자에게는 의료의 질 향상을 재촉하는 동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6년 제왕절개 분만율이 36.0%라고 밝혔다. 제왕절개 분만율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1년의 40.5%에 비해 4.5%나 줄어든 셈이다. 자연분만을 원하는 환자들이 자연분만율이 높은 병원을 찾은 이유도 있겠지만, 평가 결과 공개로 병원들이 제왕절개 분만을 줄이려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경희의료원 제공
병원이나 의사별로 진료 결과를 평가해 공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진료 결과를 공개하고 있고, 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재입원율, 중환자실 입원 환자 사망률 등 공개하는 내용도 다양하다. 우리나라 심평원은 병·의원별로 제왕절개 분만율 뿐 아니라 감기 등 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외래 주사제 처방률, 뇌졸중 진료 평가 결과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진료 결과 공개의 유익함은 무엇일까? 일부 병원은 공개된 진료 결과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은 병원들이 펼침막을 내걸고 홍보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로서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평가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또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 병원들이 효율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환자는 의사 등 의료공급자에 견줘 건강과 질병,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진료 결과 공개로 이를 보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다수 연구 결과를 보면, 뜻밖에도 진료 결과 공개가 소비자의 선택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나온다. 예를 들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의사별 관상동맥우회술 뒤 사망률 공개가 환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했다. 474명의 응답자 가운데 11.8%만이 수술 당시에 사망률 공개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가운데 25% 미만의 응답자만이 사망률 공개가 의사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환자들은 사망률 같은 객관적 근거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얻는 정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환자들이 진료 결과 공개에 관심이 없거나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공개된 진료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다. 또 필요할 때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개된 진료 결과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복지부나 심평원이 진료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환자들이 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환자 자신이 공개된 진료 결과 정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평소 잘 알고 있는 동네 의사의 조언을 참고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최용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현재 상황에서는 환자들은 부족하기는 하지만 공개된 항생제나 주사제 처방률, 뇌졸중 치료 결과, 제왕절개분만율, 의료기관별 처방 약 품목 수, 췌장암이나 위암 등 고위험 수술 적정 의료기관 등을 심평원 홈페이지(hira.or.kr)에서 확인해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당장 의료기관 선택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의료인이나 병원에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된다. 의사들이나 병원은 주변에서 좀 더 나은 진료 성과를 거둔 의사나 병원이 있으면 의료의 질 향상에 노력하게 되고, 이는 결국 전체 환자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용준/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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