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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지역의 보건소들이 지역 주민들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동작보건소의 ‘건강한 아기를 위한 마사지와 체조교실’, 송파보건소의 ‘건치어린이 선발대회’, 경북 칠곡군보건소의 ‘관절염 예방을 위한 수영교실’(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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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100% 활용법] 보건소 ‘주민 건강센터’로 활용하기
임신부·신생아·비만어린이·주부·장애인·노인…편리·저렴한 세대별 질병예방 프로그램 다양
동네의원과 협력해 ‘모든 주민’ 수용할 필요 ‘보건소’라고 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낙후된 시설, 실력 없는 의사, 불친절한 공무원을 떠올린다. 보건소에서 하는 일이라곤 방역소독이나 가족계획, 예방접종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태반이다. 그러나 요즘 보건소는 많이 달라졌다. 시설이나 친절 면에서도 일반 병·의원을 빰칠 정도인 곳도 많다. 동네 보건소를 100%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증진에 큰 보탬이 된다. 보건소에는 1차 진료 의사가 있다. 동네의원 의사와 마찬가지로 각 지역에 흔한 질병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진료 경험도 꽤 있는 편이다. 보건소에는 실력 없는 의사들만 있다는 것은 편견이다.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등 1차 의료에 정통한 전문의들이 근무하는 보건소도 많기 때문이다. 또 보건소의 1차 진료는 처방 내역과 관계 없이 방문할 때마다 일정액만 내면 되므로 진료비 부담도 덜어준다. 보건소는 이런 1차 진료말고도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 큰 구실을 한다. 대다수 보건소는 상시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건강교육을 하고 있다. 내용도 다양하다. 노인들에게 흔한 질병과 대처법을 알려주고, 주부의 건강을 위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일부 보건소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을 예방하는 교육도 하고 있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보건소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국의 모든 보건소가 금연 클리닉을 운영한다. 원하는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잘 훈련된 간호사가 금연 상담을 하고 의사의 처방 아래 니코틴 금단 증상을 예방하는 패치도 제공한다. 담뱃값 인상으로 확충된 건강증진기금이 이런 예산을 충당한다. 운동처방사나 운동지도사가 있는 보건소도 많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고 내키는 대로 운동을 하는 것보다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운동을 하다 얻을 수 있는 부상 등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좋다. 몸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해 ‘맞춤형’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이나 저소득층 같은 취약 계층의 건강을 돌보는 것도 보건소의 몫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보건소에서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을 실시해 만성 정신장애인의 투약 관리나 재활에 힘쓰고 있다. 우리 말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주민의 자녀를 상대로 예방접종사업을 하는 보건소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를 위해 가정방문 사업을 한 지도 꽤 오래 됐다.
최근에는 보건소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졌다. ‘건강도시’, ‘안전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전용 도로를 만들거나 금연 구역 확대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건강 환경 만들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전염병 관리나 방역소독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여전히 중요한 전통적인 사업도 보건소의 책임이다. 물론 요즘 보건소에도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건강을 향상하는 보건사업은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배정 순위에서 늘 밀리게 마련이다. 이런 예산의 제약 등 때문에 주로 저소득층 주민이나 노인들이 보건소를 이용한다. ‘취약 계층만의 보건소’가 아니라 ‘모든 주민의 보건소’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건소가 여러 사업은 한다는 사실은 그 모든 사업이 제대로 되고 있을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교육훈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보건소 직원들의 사업 역량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사업 성과를 실적 위주로 평가하는 오랜 관행은 전시 효과에 치우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또 지역사회 의료인들과 협력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일부 대도시는 구의 인구가 수십만에 이르지만, 보건소는 한 곳뿐이다. 때문에 ‘모든 주민의 보건소’가 되려야 될 수 없다. 흔한 만성질환은 지역사회 의료인들과 연계해 진료는 동네의원이, 자세한 예방 교육이나 상담은 보건소가 맡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를 위해 동네의원의 참여를 뒷받침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동네 보건소를 100% 활용하고 더 낫게 만들려면 주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최용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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