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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1 19:46 수정 : 2008.01.31 23:54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병·의원 100% 활용법] ‘종합병원 30분 대기 3분 진료’ 최대한 활용하려면

만성적인 만원사례 ‘짧은 진료’ 어쩔 수 없는 현실
장황한 병력 설명·임의처방 요구는 오히려 손해
진찰받기 편한 차림·짜증보다 정중한 요구 도움

1시간에 20명의 환자가 한 의사에게 예약돼 있다면 결국 환자 한 명에게는 길어야 3분 정도 의사를 만날 시간이 주어진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환자는 자신의 고통을 의사에게 말하고 적절한 답을 구해야 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의사의 질문 및 사고방식과 병원의 체계를 이해한다면 제한된 진찰시간을 좀더 환자에게 도움이 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환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몸의 작은 이상을 하나도 남김없이 말하는 것이 자신의 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추정한 병의 과정을 처음부터 의사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아예 메모로 적어 오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사가 상태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에 의사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모든 문제에 집중할 수 없다. 또 이런 설명에 드는 시간을 초반에 써 버리면 이후 의사가 환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에게 의학적 조언을 할 시간이 줄어들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첫 한두 마디 말이 의사를 불편하게 해 이후 환자-의사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 또는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하러 왔다’ 등과 같은 말은 의사의 전문적인 조언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환자의 판단이 맞을지 모르지만 사실 일반인의 견해란 틀린 경우가 더 많으며, 의사는 이런 환자를 처음부터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으로 보기 십상이다. 이보다는 의사가 환자의 문제에 대해 최선의 독자적인 결정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 물론 그 이후에 적절한 시간을 찾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무엇을 물을지 준비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여러 질병에 대해 잘 짜인 순서와 구조에 따라 질문하도록 훈련받았다. 일단은 여기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 맨 처음 환자는 병원을 찾은 이유나 지난 방문 이후의 몸 상태에 대해 질문받을 것이다. 이때 주저없이 현재 가장 고통스러운 점을 먼저 말하면 된다. 여기에 맞춰 의사는 그 문제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을 이어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면, 의사는 그것이 언제 시작됐는지, 무엇이 악화시키는지와 같은 식으로 질문한다. 이때에는 구체적인 답변이 좋다. ‘오래전부터 또는 몇 달 전부터 아팠다’는 말보다는 ‘석달 전부터’처럼 명확하게 답하면 의사의 판단에 도움을 준다. 한편 부정확한 의학용어를 쓰는 것은 서로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 미리 짐작해 ‘빈혈’이나 ‘디스크’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럽다’, ‘아침에 허리가 아프다’와 같은 표현이 낫다.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준비를 적절히 해야 한다. 기침을 하는 환자는 가슴 청진이 필요한데 옷을 겹겹이 껴입고 오면 곤란하다. 무릎이 아픈 사람은 꽉 끼는 청바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종종 여성 환자가 남자 의사의 신체검사를 부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이런 진찰이 아주 꺼려진다면 사전에 여의사에게 예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체 진찰과 과거 검사 결과 확인이 끝나면 의사는 환자의 문제에 대해 진단하고 추후 계획을 설명한다. 여전히 묻고 싶은 게 남아 있다면 이때 질문하는 것이 좋다. 진료실을 떠나기 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음 방문 전에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외래 간호사로부터 필요한 연락처를 받아 가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짜증나는 일 가운데 하나는 기다리는 것이다. 이때 외래 간호사에게 소리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일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면 정중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병원은 위중한 사람을 먼저 진료할 수 있으므로 융통성 있게 조처가 취해질 것이다. 업무로 바쁘다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고, 같은 진료과라도 여러 의사가 있기 때문에 그때만 다른 의사의 진찰을 받는 방법도 있다. 비교적 환자가 덜 방문하는 요일을 물어 그때로 예약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백한주 가천의과대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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