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31 19:49
수정 : 2008.01.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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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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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우리나라에서도 100층이 넘는 아파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건축 및 재개발을 추진할 때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규정의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지을 때 고층으로 올리면 여러 장점이 생긴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나머지 공간을 녹지로 만들면 보기에도 아름답고 환경적으로도 유익하다.
하지만 수십 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는 건강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주거 형태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을 비롯해 여러 다양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고, 정신건강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이유는 실내 공기의 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초고층에 아파트에서는 공기순환이 잘 일어나지 않아 공기가 정체되기 쉽고, 이 때문에 곰팡이가 피기에도 좋다. 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꽃가루 농도를 비롯해 실내 공기의 쾌적함을 좌우하는 이산화탄소와 먼지의 농도도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초고층은 공기가 건조해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피부질환 및 알레르기성 비염에 많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초고층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 등 공동시설을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독감 등 전염성 질환이 퍼질 위험도 높다.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자연환경만이 아니다. 초고층 아파트가 많은 홍콩에서는 초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의 절반 가량이 모기의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의 배설물이 실내로 유입돼 호흡기 및 눈의 질환에 걸릴 위험성도 커진다.
초고층 아파트에 살면 전망이 좋아 정신적 만족을 느낄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정신 건강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히 어린이들의 피해가 크다고 한다.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은 성장 발달이 지연되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사회적 관계에도 문제가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고 한다. 화재 발생에 따른 두려움이 큰 것은 물론이다.
기술적 측면과 경제적 효율성만 고려해 몸을 부리면 사람의 몸은 탈나게 마련이다. 많은 선진국들은 초고층 아파트가 건강 측면에서 살기에 부적합다고 이미 평가를 내렸다. 우리나라도 이 평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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