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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8 19:35 수정 : 2008.02.28 19:35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유럽 사람들은 ‘유전자재조합’ 식품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 부르면서 사람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1990년대 1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광우병 사건’ 뒤 안전이 입증되지 않은 식품을 받아들이기 꺼리는 문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전자 재조합이란 어떤 생물체에서 특정 유전자를 뽑아 다른 생물체에 넣어서 원하는 유전적 특성을 지닌 새 품종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비슷한 종 사이에서 교배 방법으로 원하는 특성을 지닌 ‘잡종’ 개체를 선발하는 전통적 품종 개량에 비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생물학적인 종 사이를 넘나든다.

며칠 전 한국전분당협회는 식품 원료로 쓰는 옥수수의 일부를 수입산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전분·전분당 제품의 상당수가 유전자재조합 원료로 채워질 것이다. 이에 따라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더 커질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연구를 보면 유전자 재조합 식품이 사람의 건강에 위해하다는 결론을 내릴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유전자 재조합 식품을 먹은 사람 가운데 알레르기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이를 심각한 인체 피해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전분당협회의 결정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다만 유전자 재조합 성분을 대규모로 국민 식탁에 올리는 일을 하면서 이에 대한 불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 증거만 가지고 위해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과학과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이는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직감이나 주변 사람의 생각, 이해득실, 피해 대상자가 누구인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육 수준과 경제 상태, 종교, 문화적 배경 등도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단지 옥수수 가격이 올라 그 대안으로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를 사용한다는 논리는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저항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람은 불확실한 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성향이 있지만, 불확실하더라도 현실적 한계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은 두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전분당협회와 정부는 국민과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위해성에 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의견과 생각을 충분히 들어 보고,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 도입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유전자 재조합 성분 옥수수를 꼭 도입해야겠다면 유전자 재조합 식품을 먹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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