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2.28 20:55 수정 : 2008.02.29 11:21

명의의 원조로 꼽히는 히포크라테스(왼쪽)와 화타(오른쪽). 한국에도 명의의 길을 찾는 의사들(가운데)이 많다. 〈한겨레〉 자료사진

[병·의원 100% 활용법] 좋은 의사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의료 광고나 보도 많이 나올수록 ‘주의’해야
오래 기다리게 하는 의사 오히려 신뢰할만
아는 의사 추천받거나 동네의원 자문 유익

종종 주변 사람들로부터 ‘명의’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쉽게 답할 수 있는 부탁은 아니다. 건강 유지와 질병 치료에 대해 누가 좋은 의사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환자나 보호자들 대부분은 의사의 진료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 좋은 의사에 대해서는 각자 강조하는 내용이 다르다. 의사들은 최신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능력 있는 의사를, 환자는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배려하면서 친절하고 따뜻한 의사를 좋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를 100% 모두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의 의사들은 복잡한 의료체계 안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바쁘게 환자를 보도록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스스로를 좋은 의사로 만들어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항상 현실에 그대로 굴복하는 것은 아니며, 나름의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최선의 의사가 되려고 노력한다. 좋은 의사는 많다.

좋은 의사를 찾는 첫번째 길은 신문, 잡지, 방송에 나오는 여러 의료 광고와 보도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광고의 주된 목적은 환자의 건강이 아니라 업체의 이윤에 있고, 다른 광고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유혹이다. 건강은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 광고에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각종 대중매체에서 보도되는 여러 형태의 건강 정보 역시 간접 광고일 수 있음을 바로 봐야 한다. 최신의 기계나 연구 성과들에 대한 보도는 균형 있게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거나 환자들이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한 예가 많다.

다음으로 처음부터 대학병원의 유명 의사를 찾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아주 세분화된 영역의 전문의들이다. 그들의 첫째 관심은 대개 자신이 다루는 질환에 집중돼 있으며, 이런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처음부터 많은 검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대학병원을 찾는다면 불필요한 검사를 받을 각오는 어느 정도 해야 한다. 더욱 합리적인 방법은 평소 쉽게 찾을 수 있는 동네의사의 진찰을 받고 상담한 뒤, 필요에 따라 그 다음 단계의 의사를 찾는 것이다.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배려하는 의사를 찾고자 한다면, 때에 따라서 환자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의사가 바로 그 사람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정해진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는 의사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가 많은 환자를 봐야 병원 경영이 되는 의료체계를 갖고 있으며, 의사는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수의 환자를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환자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의사가 바쁜 업무 압력 속에서도 어떤 환자에게 특별한 시간을 쓰고 있다면, 그 의사는 다른 환자에게도 복잡한 문제가 생길 때 충분한 시간을 배려할 것이다.

특별히 주의할 점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의사에 대해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의학 지식과 정보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의사조차도 해당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의사란 자신의 진료 범위를 명확히 알고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비싼 검사를 잔뜩 하고 나서야 자신의 분야가 아니니 다른 곳으로 가보라는 의사보다는 처음부터 필요한 의사를 정확하게 연결해 주는 사람이 훨씬 더 유능하고 믿을 만한 의사다.

의사들의 양성 과정은 표준화돼 있기에 의사 자격증을 가졌다면 일정한 기준 이상을 만족하는 전문가다. 하지만 그 자체가 의사들 사이에 능력 차이가 없다거나, 나아가 그들의 마음씨조차 같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좋은 의사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사를 통하는 것이다. 주변 친구나 친지 가운데 의사가 있다면 그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없다면 가까운 동네의원 가운데 한 곳의 의사가 그런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백한주 가천의과대 류마티스내과 교수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