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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1 14:06 수정 : 2008.03.11 14:06

감상선암 환자들의 비애

병원들, 건보수가 낮고 시설비 수억원…치료시설 ‘회피’
병실 전국에 고작 63개…“기다리다 잘못되면 어떡하나”

윤아무개(57·서울 등촌동)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 담당 의사로부터 “재발을 막으려면 3개월 안에 항암 치료인 갑상선 요오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김씨가 예약을 하려 하자 병원 쪽은 “요오드 치료를 위한 특수 병실이 부족해 2008년 4월에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사이에 잘못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 속에 6개월째 기다리고 있다.

전국의 갑상선암 환자들이 수술 뒤 제때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10일 <한겨레>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서울시내 주요 종합병원 4곳을 조사한 결과, 요오드 치료 대기 기간이 평균 4~6개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은 수술 뒤 1~3주 안에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갑상선암의 항암 치료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견줘 요오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특수 병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요오드 치료는 방사성 요오드 약물을 환자에게 먹여 몸에 남아 있는 갑상선암 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법으로, 치료 도중 환자 몸에서 고농도의 방사선이 배출되기 때문에 특수 병실에 2~4일 동안 혼자 입원해야 한다.

갑상선암 치료 환자는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 2000년 5천588명에서 2006년에는 1만5천603명으로 증가했다.(그래프) 이 가운데 특수 병실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기 환자는 2006년 말 현재 3천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특수 병실은 전국적으로 32개 병원 63개에 불과하다. 특수 병실을 만드는 데 4억원 가량이 드는 탓에 서울의 대형병원들도 한 병원에 1~4개 정도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특수 병실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환자가 1인실을 써야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규정상 병실료는 6인실 기준으로 받게 돼 있어 현실적으로 병실을 여러개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기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병실료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수 대한핵의학회 보험수가대책위원장(서울대병원 핵의학과장)은 “특수 병실이 부족해 갈수록 치료 적체가 심각하다”며 “병실료를 현실화하거나 정부가 특수 병실의 시설·운영비를 지원해 병원 스스로 병실을 늘려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중규 보건복지가족부 보험급여팀 사무관은 “현실을 개선하려면 보험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해 병실료를 얼마나 올릴지 등에 대한 내부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며 “현재 이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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