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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3 20:31 수정 : 2008.03.13 20:31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성 직원이 임신 또는 출산을 했을 때 이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임신부에게 야근을 시키거나 아이 또는 임신부에게 유해한 업무를 맡기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업무가 아니라면 임신부가 직장생활을 해도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은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신부가 야간 또는 야간교대 근무를 하면 조산 및 유산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돼 있다. 또 화학물질을 다루는 등 위해한 업무를 하면 기형아를 출산하거나 아기가 암 등 치명적인 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야간 근무는 사람의 생체 균형을 깨뜨려 건강한 사람에게도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유럽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면 근무 시간과 업무 내용을 조정해 준다. 또 근무 환경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해 임신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을 없애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위해성 평가에서는 신체적 건강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요인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소음, 피로, 작업 자세 등도 들어간다. 평가 뒤 만약 위험 요인을 없애기 힘들 때에는 근무 시간을 줄여주거나 업무 내용을 바꾼다. 이런 조처는 임신뿐 아니라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기간에도 적용된다. 젖을 먹이는 기간에도 엄마가 노출된 근무 환경의 영향이 젖을 통해 아기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이와 같이 임신부에게 특별한 배려를 하는 이유는 임신부의 건강을 위한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신부가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기 힘들고, 이는 아기 자신과 부모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반면에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면 장기적으로 국가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져 의료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질병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여러 지적 능력 저하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임신부 배려는 개인이나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정부는 인구증가뿐만 아니라 건강한 출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출산 정책의 속을 들여다보면 출산장려비나 보육비 등 대부분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 돈을 출산 전 임신부의 건강관리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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