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0 21:07
수정 : 2008.03.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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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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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가족 가운데 환자가 있으면 가족들은 심란하기 마련이다. 병세가 심각해 입원까지 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심리적 부담은 환자를 돌보는 가족까지 질병에 걸리게 할 수 있다니, 환자의 가족들은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열린 미국심장협회의 연례 학술대회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건강에 관한 논문 두 편이 발표됐다. 한 편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간호하는 보호자도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다른 한 편은 보호자에게 이런 위험을 알리고 적절한 교육을 하면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첫째 연구는 심장병 수술을 받은 환자를 돌보는 가족 501명을 대상으로 6달 동안 간병 시간, 생활방식, 스트레스, 우울증세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환자 가족들은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을 많이 먹는 경향이 있었고, 간병 시간이 길수록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울증세를 가진 가족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했다. 연구진은 간병 때문에 나타난 스트레스가 우울증세를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있었던 우울증이 스트레스를 심화시켰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연구는 환자 가족들에게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들에게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식사 습관을 교육했더니, 지방을 정상 범위로 먹는 등 바람직한 식사 습관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진은 환자 가족들에게 심장병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예방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원한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해치기 쉽다. 불편한 잠자리는 잠자는 시간과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잠의 부족도 심장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운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교제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불리하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가족이 병간호를 하도록 하고, 가족들이 교대로 병간호를 맡아 한 사람에게 과중한 부담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가족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병원은 환자 가족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시설 등을 마련해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환자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이 간병을 하면 심장병 발병 위험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전문 간병인 활용도 고려할 만하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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