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7 19:29
수정 : 2008.03.2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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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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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최근 식품안전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보이는 이물질이, 참치 캔에서는 칼날 조각이 나왔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모차렐라 치즈에서 기준 이상의 다이옥신이 검출돼 판매 중지 및 수거 조처됐다.
실제로는 다이옥신이 많이 든 치즈가, 이물질이 발견된 새우깡보다 훨씬 위해하다. 다이옥신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즈에서 다이옥신 검출 소식은 금방 수그러든 반면, 새우깡 이물질 발견 사건은 후폭풍이 거셌다.
이는 사람들이 과학적 사실만 가지고 위해성을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쥐 머리 같은 이물질은 눈에 보이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 더 확신을 갖는 경향이 있다. 위해성도, 가능성보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다.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보다도, 볼 수 있으면서 혐오감이 드는 생쥐 머리 모양 이물질이 더 위해하다고 여길 수 있다.
유해 요인의 기원도 중요하다. 다이옥신처럼 사람이 통제하기 힘들거나 자연발생적으로 생길 수 있는 것보다는, 고의가 있거나 통제 가능한 유해 요인에 분노를 더 크게 느낀다. 기업의 윤리성도 고려 대상이다. 잘 알지 못하는 외국 회사의 제품보다 잘 알고 믿었던 회사의 제품에서 유해 요인이 나오면 대중의 분노는 커진다.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중의 위해성 인식에 무엇보다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언론 보도이다. 언론들은 다이옥신 치즈는 사실 위주로 보도한 반면, 새우깡 사건에서는 ‘생쥐깡’이란 명칭을 쓰거나 아예 감정을 기사에 담았다. 당연히 대중의 관심은 새우깡에 더욱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우깡 제조사의 대응은 사람들의 분노와 위해성 인식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물질 발견 사실을 안 뒤 한 달 동안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대중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식품 사건에서 초기 대응을 잘 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겪었을텐데 이번에도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새우깡에서 검출된 이물질은 다이옥신과 달리 사람들이 유해 요인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나서서 유해 요인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훈련된 의사 소통 전문가가 필요했다. 식품회사들은 더욱 안전한 식품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물론, 사건 발생 뒤에도 신속하게 유해 요인을 처리하고 소비자들과 어떻게 대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위기관리 지침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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