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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0 22:18 수정 : 2008.04.10 22:18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나노 기술을 이용한 생활용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의약품, 세제, 비누, 양말, 섬유, 치약, 식품, 화장품, 도자기, 젖병 등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고, 활용 범위는 날로 넓어지고 있다. ‘나노’란 ‘10억분의 1’을 뜻하는데, 이 나노 입자는 작으면서 표면적이 넓어 화학적 반응력이 우수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은을 이용한 ‘은 나노’ 기술은 항균 작용이 인정돼 여러 생활용품에 활발히 이용되지만, 은 나노가 유익한 만큼이나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미국화학회에서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 과학자들이 은 나노 기술의 부정적 사례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시중에서 ‘은 나노 악취 방지 양말’을 상온에서 세탁한 뒤 세탁한 물을 분석했더니, 수중 생물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은 이온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항균과 냄새 제거를 위해 쓰인 은 나노 입자가 세탁 과정에서 양말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고, 이 세탁 하수가 하천으로 흘러가면 물고기도 죽을 수 있다”며 “하천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고, 사람도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은 이온은 사람에 해를 끼치는 양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수중 생물에 피해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이전에도 은 나노 제품의 수중 생태계 파괴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급기야 미국 환경부는 2006년 11월 항균 목적으로 은 나노 기술을 쓴 생활용품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은 나노 기술을 쓴 세탁기, 식품보관용기, 공기청정기 등이 규제 대상 품목으로 선정됐고, 제품 생산자는 은 나노 입자가 생태계에 피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게 됐다. 미국 환경부의 조처는 항균 작용이 있다고 은 나노를 남용하다가는 자칫 사람과 공생하는 유익한 생물들까지 죽여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것이다. 이는 사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부딪힐 때는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부 개입의 원칙’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은 나노의 특성을 고려해 써야 한다. 은 나노 제품 생산자들은 은 입자의 제품 흡착력을 높여 소비자가 쓰는 동안에 은 성분이 떨어져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품 포장지에 성분을 표시하듯, 은 나노 제품 꼬리표에 은 나노 사용 여부를 표시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은 나노 제품이 수중 생태계 및 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할 것이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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