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7 21:53
수정 : 2008.04.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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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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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에 유럽의 몇 나라와 미국에서는 농장의 동물들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동물 매개 치료’라 부른다. 또 병원이 아닌 농장에서 동물과 농장의 정원·숲·식물 등 자연환경을 치료에 이용한다고 해서 ‘그린 케어’라 부르기도 한다. 영화 <조지 왕의 광기>에서 미치광이로 변한 조지 왕을 치료하기 위해 담당 의사가 왕을 농장으로 데려간 것도 그린 케어의 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여러 건강 혜택을 누린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에이즈 환자가 애완동물을 키웠더니 우울 증세가 줄었다거나, 혈압이 높았던 증권 거래인이 개를 키우고부터 혈압이 떨어졌다는 연구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애완동물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키우는 동물들도 정신 건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르웨이대학과 오슬로대학 공동 연구진이 정신분열증, 우울증 등 기분장애, 불안장애, 성격장애를 가진 9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농장의 동물 체험 치료 효과를 평가한 결과를 최근 한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를 보면 12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 하루 3시간씩 소, 양, 말 등 농장 동물들과 함께 지내면서 농장 일을 거들었던 환자들은 약만 먹은 환자들과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 평가로 치료 효과를 측정했는데 농장 동물 체험을 했던 환자들은 일에 대처하는 능력과 자신의 업무 평가에서 동물체험 전보다 월등히 향상됐다고 답했다. 또 정신질환과 관련된 여러 증세들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물과의 접촉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먹이를 주는 행동 등은 자신감과 책임감, 성취감을 느끼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린 케어의 장점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지 동물과 접촉하는 데 그치기보다 직접 먹이를 주거나 젖을 짜 보고 동물을 보살피는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동물 체험이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동물 체험 뒤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과 같은 호르몬 분비가 늘었다는 연구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정서가 메말라 가는 현대인에게 동물은 소중한 친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 끼치는 교육적 효과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 체험 혜택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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