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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8 14:46 수정 : 2008.04.18 14:46

개그우먼 김신영씨의 주민증 사진. 실물과 신분증의 사진이 다르면 진료를 하지 말라고 하니 성형미인이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도 진료거부를 해야하나? 주민증 위조도 의사들이 감식을 해야하나? 출처:고뉴스

진료에 대한 완전 자유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당한 규제는 필요악이겠죠. 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원칙도 질서도 없는 그냥 '공무원 사회주의/관료주의'일 뿐입니다. 이건 의사들이 불편한 차원이 아니라,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입니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작태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이를 관리, 감독 못한 참여정부도 불쌍하긴 하지만,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글쎄 MB정부의 5000억 한방과학화란 대국민 기만극을 보면, 시작부터 이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네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진료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야비한 횡포 요즘 병원에서 벌어지는 몇가지 사례를 통하여 보여드리겠습니다.


-환자 주민등록증의 얼굴 대조 했어요?

요즘 병원에 갈 때, 의료보험증 들고 가는 사람 있나요? 대부분 접수할 때 주민번호만 이야기하면 전산으로 조회하여 진료가 가능하죠? 그런데,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도용하여 진료를 받는 사람도 아주 가끔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보험공단에서는 의사들에게는 진료 또는 접수할 때 환자의 주민등록증의 얼굴과 대조하라고 합니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진료비, 약값 등을 지급하지 않는 불이익을 의사에게 주고 있습니다. 그럼, 신분증 없이 병원에 오는 사람은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며, 요즘 신분증을 병원에서 달라고해서 얼굴과 대조하면 동의할 사람이 있을까요?

실제로 도용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환자에게 보험증이나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면, 이 사람들이 공단/복지부의 민원실에 전화를 합니다. 병원 로비에서요. 그러면, 바로 공무원들이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국민을 불편하게 하냐, 앞으로 그 병원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그 자리에서 전화가 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란 말입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타인명의를 도용하는 사람들을 막으려면, 무조건 신분증/보험증을 제시하고 진료를 받도록 법/규칙을 제정하거나, 공무원들이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면 됩니다. 그런데, 의료진 위에 군림한 공무원들은 불법을 막는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의사들에게는 환자 검열을 시키고, 국민들에게는 시킨 적 없다고 하니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공무원이 정한 용량 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한 경우는 죽어야 하나?

공무원들이 정한 치료기준 보다 더 많은 용량의 약을 써야하는 경우가 생겨서, 아예 미리 건강보험공단 측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 환자에게 이런 치료가 꼭 필요한데, 보험혜택이 안되냐고요. 저는 수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항상 대답은 같습니다.

공단 : '규정용량을 초과하면 안됩니다.'
나 : '그럼 이 환자는 죽도록 두나요?'
공단 :'글쎄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구요.
보험재정을 생각하시면 그렇게 치료하시면 안되죠.'
나 : '지금 전화하시는 분 이름과 부서 알려주세요.
그 환자의 보호자와 직접 통화해서 설명해주세요.'
공단 : '맘 대로 하세요.'

그리고, 보험에서 정한 범위보다 더 많은 치료를 하면 이것이 비급여/과잉진료가 되는 거죠. 환자에게 약값을 받아도 불법, 보험공단에 청구해도 불법. 제 돈으로 그냥 공짜치료를 해줘도 불법진료라고 나중에 언론에 나오죠. 실제로 보호자가 전화를 하도록 해보았는데, 보호자에게는 보험이 되는 것을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몇달뒤 그 환자에게 과잉진료 했다고 치료비삭감처분을 받았습니다.

어떤 항생제들은 14일만 사용하도록 보험규정이 되어있습니다. 그럼 15일째부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보험공단에 문의를 해보면,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냥 죽도록 두란 말입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하루에도 몇번씩 참아야 합니다.

-세상에 없는 검사방법으로 검사를 안했다고 처벌하는 공무원들

일반혈액검사, 즉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헤모글로빈 농도 등의 일반적인 혈액내 세포를 측정하는 검사가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검사이며, 검사기계에 혈액을 넣으면 몇십분이면 위의 결과가 한번에 나옵니다.

제가 매달 과잉진료했다고 가장 많은 벌금을 무는 것이 이 일반혈액검사 때문입니다. 백혈구와 적혈구만 세어야지, 왜 혈소판을 세었냐? 또는 적혈구와 혈소판 수만 세어야지 백혈구수는 왜 세어냐? 그래서 과잉진료랍니다. 그래서 저 혼자만 해도 한달에 수십~백건의 일반혈액검사 때문에 욕을 먹습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한달에 수십만건입니다.

검사기계 자체의 운용이 불가능한 방법인데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옛날에 유행했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란 유머가 떠오르네요. 냉장고 안의 개를 코끼리라고 믿으라는 것인지, 멍멍하고 개처럼 짖을 때까지 코끼리를 때리라는 것인지...

-복지를 위한 우리 정부의 투자는 지금의 몇배로 늘어야합니다.

저나 많은 의사들은 사회주의식 복지정책 또는 복지혜택을 늘리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복지혜택이 늘어날 수록 의사들에게도 떨어지는 떡고물이 많으니 적극 찬성해야할 일이겠죠.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정은 사회주의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관료주의의 패단의 정점에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형 보건소, 시골 보건소 증축사업, 약물독성모니터사업, 약가 포지티브 등제 시스템, 특진비 문제, 의-한 협진구축, 한방과학화사업 등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모든 정책에 장기적 비젼도 국민도 안중에 없습니다. 잠깐 귀에 듣기 좋은 포퓰리즘만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복지예산을 늘려도 양극화문제가 해결 안되는 것은 무엇인가 시스템에 오류가 있지 않을까 의심해야하지 않을까요? 뜻이 좋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뼈 저리게 깨달았지 않나요?

적당한 규제를 하지 못하여 시스템을 망쳐 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요즘 교육규제 패지를 보며 실감합니다. 무한 경쟁의 교육시스템, 고삐 풀린 망아지로 만들어 버리는 교육부의 이번 조치를 보며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은 이전 교육정책의 실패 때문이겠죠.

지금 현행 의료제도가 뒤집힐 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온 것은 현재까지 시스템을 운영한 자들의 책임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잘못된 시스템을 인정하고 바꾸지 않으면 안될 지금의 시점에 유시민 전장관이나 일부 시민단체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언론플레이를 보면 도대체 저들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지 묻고 싶습니다.

영화'식코'에서 2개의 잘린 손가락 중 하나만 붙이는 것이 슬프세요? 한국에선 의사들이 몰래 2개를 붙여주고 있는 상황인 것을 속이는 것 뿐입니다. 붙여주고 과잉진료라고 욕을 먹고 있는 노릇을 20년째하고 있으니 참......

바닥에 구멍난 배의 구멍을 메꾸자는데 엉뚱한 돛을 고치고 있으며, 배의 바닥은 눈에 잘 안보이니 갑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노만 젓고 있는 것입니다. '구멍은 왜 고쳐? 아직 안 가라 앉았잖아?' 라면서요.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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