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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당국도 환자서비스 사실상 손놔
10여년 전 혈당 수치가 높아 당뇨를 진단받은 김아무개(61·서울 혜화동)씨는 최근 건강검진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약을 꾸준히 먹었는데도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 기대했던 7% 이하보다 높은 9.4%가 나온 것이다. 당뇨병성 발 궤양 검진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김씨 사례는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번 김재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고혈압·당뇨의 진료비 규모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령 인구 급증세를 고려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엄청난 부담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환자들의 대처는 느슨하기만 하다. 당뇨 진단 뒤 혈당이 잘 조절되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4명꼴이라는 조사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당뇨병학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당뇨 진단 뒤 약을 주더라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알기 위해 필요한 음주력 파악은 40.5%, 비만도 측정 17.9%, 혈압 측정 55.6%, 당화혈색소 검사는 30.6% 등만 이뤄지고 있었다. 학회는 “당뇨가 진행돼 신장·발·눈·심장 등에 합병증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진료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고혈압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에는 일반적으로 ‘절반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곧 고혈압이 있는 사람의 절반 가량이 진단을 받고, 그 가운데 절반이 치료를 받으며, 다시 그 절반이 약을 먹는다는 것이다. 환자 10명 가운데 1명 남짓만이 꾸준한 관리를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의료 당국의 대응은 미흡해 보인다. 만성질환 관리로는 보건소에서의 관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례 관리 서비스가 있다. 사례관리 서비스는 건강관리사가 환자 집을 찾아 약 복용, 생활습관 개선 등의 상담을 제공하는 제도인데, 2002년부터 5년 동안 대상이 6만7천여명에 그치는 형편이다. 당뇨·고혈압 환자가 700만명을 넘는 것에 비춰 미미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고혈압·당뇨병 등록 관리 모형’을 개발해 지난해 대구시에서 시범사업에 나섰으나, 환자 참여율은 20%선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 만성질환에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고혈압관리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0여년 동안 국가 예산 투입 및 체계적 관리로 고혈압 환자의 치료율을 34%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고혈압 합병증으로 숨진 비율을 30년 전보다 50% 이상 줄였다. 김재용 박사는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처럼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와 관련해 구체적 평가 항목을 마련하고 이를 잘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한겨레 관련기사]▶고혈압·당뇨 건보엔 암보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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