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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4 20:59 수정 : 2008.04.24 20:59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미국과 캐나다에서 플라스틱 용기의 위해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회사들은 유해 의심 물질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젖병을 앞다퉈 매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의 인체 위해성이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과거와는 달리 논란이 소비자나 시민단체가 아닌 미국과 캐나다의 정부기관이 실시한 위해성 평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독성 프로그램’은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 ‘비스페놀 에이’라는 성분이 사춘기를 앞당기고 유방암,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캐나다 정부는 플라스틱 젖병에 든 비스페놀 에이 양이 허용기준 이하였지만 18달 미만 아이들에게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미국 민주당은 미국식품의약국에 비스페놀 에이의 위해성을 다시 검토하라고 요구했고, 캐나다 정부는 어린이 용품에 비스페놀 에이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학계, 시민단체의 사용 금지 요구를 묵살해 왔던 미국식품의약국은 예전처럼 버티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가 연구기관에서 비스페놀 에이의 인체 피해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재현된 비스페놀 에이 논란에서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미국의 유통회사와 생산자의 대응 양상이다. 과거에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소비자의 우려는 애써 외면했으나, 이번에는 정부의 입장이나 과학적 결론에 관계없이 소비자의 불안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마트 대변인은 “현재 식품의약국은 젖병에 비스페놀 에이가 들어 있어도 규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안전”이라며 “생산자와 협의해 내년 초부터는 비스페놀 에이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을 팔겠다”고 밝혔다.

 비스페놀 에이의 인체 위해성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양으로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기준 이하의 미량이라 할지라도 비스페놀 에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권장된다.

 기준은 법적 규제를 위한 근거이지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특히 임산부, 유아 등은 이 물질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도록 하고, 산모는 젖병을 살 때 이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음악용 콤팩트 디스크에도 비스페놀 에이가 들어 있으므로 아이들이 이를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에 비스페놀 에이가 들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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