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5.08 20:53 수정 : 2008.05.08 20:53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미숙한 위기 관리 의사소통 능력이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진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위기 관리 의사소통의 원칙에서 벗어난 언행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장 큰 실수는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쟁점인 광우병 위험 요인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점이다. 흡연과 폐암처럼 인과관계가 명백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금연을 권고해도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처럼 인간 광우병 발병 위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을 내린 뒤 사람들에게 믿고 따르라는 식의 행태를 보인 점은 큰 잘못이다.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위기 관리 의사소통의 기본이다.

두번째로 시민들의 위해성 인식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들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위해성을 판단할 때 과학적 근거와 같은 실제적인 위험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위해성을 확률로 따지지만, 대중은 동물적 본능으로 평가한다. 이런 평가가 비이성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과학적 근거에도 엄연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사람이 심리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대중은 신뢰하지 않는 집단의 말은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정부가 말을 자주 바꾸고 어딘가 숨기는 구석이 있다고 느끼면 실제 위험보다 과장되게 위해성을 느낀다. 정부 관료와 전문가들이 대중 앞에 나서 불확실한 근거를 들이대며 안전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더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낸다. 과학적 사실에 대한 논의는 적대감이 없을 때 해야지, 잔뜩 분노한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1980년대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이 크게 유행하기 직전과 비슷하다. 영국 정부는 안전하다고 줄기차게 강조했고, 정치인들은 쇠고기 햄버거 먹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학자들은 사람에게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인간 광우병이 발병하자 영국 정부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집단으로 전락했고,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경솔했음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2005년 일본 효고대학 연구진은 미국의 광우병 검증 시스템에서 문제가 없다는 소들을 일본식 잣대로 따져 보니 광우병 소가 발견된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광우병 소 색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정부는 안전만을 강조하지 말고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성공적인 위기 관리 의사소통 능력은 단순 홍보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