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6 20:08
수정 : 2008.05.1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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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고지혈증 치료제 값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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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기존 의약품의 가격이 효과에 견줘 너무 높다며 약값을 낮추도록 한 보건 당국의 결정이, 다른 의약품들의 이른바 ‘약값 거품’도 걷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약제평가위, 고지혈증약 3종 첫 인하결정
고혈압·골다공증 등 3700종 재평가 예정
시민단체 기대속 다국적 제약사 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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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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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에 따르면, 의사협회·병원협회·소비자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위원장 신현택 숙명여대 교수)가 최근 일부 고지혈증 치료제의 가격을 22.6~35.9% 낮추도록 결정했다. 지난해 1천억원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제약의 ‘리피토’는 한 알 1239원에서 838원으로 401원 낮추고, 400억원대가 팔린 ‘크레스토’는 1146원에서 788원으로 인하된다. 한 알에 1100~1200원대인 약들이 800원 안팎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의약품들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해 약값을 다시 결정하도록 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뒤 처음 나온 결정이다. 지난해 총매출액이 3300억여원에 이르는 이번 고지혈증 치료제의 약값 재평가에 이어, 고혈압·순환기질환·골다공증 등에 쓰이는 3700여 가지 약들도 재평가될 예정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 제약회사 등은 심평원의 평가 방식을 문제 삼으며 반발할 태세다. 다국적 제약협회와 제약협회는 지난 15일 워크숍을 열어 “심평원의 가격 대비 효과 분석 방법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약값이 30% 이상 낮추도록 결정된 제약업체 관계자는 “이의신청을 하고, 행정소송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하될 약값은 30일 동안 이의신청을 받은 뒤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심평원 쪽은 “임상 의사들을 비롯한 자문위원들이 충분히 논의해 심사 기준을 정했고, 해당 제약회사들이 낸 자료도 세심히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심평원의 심사 기준이나 약값 재평가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긴 해도 사망 위험을 줄인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고지혈증 치료제를 퇴출한 적도 있다”며 “제약회사들이 문제 삼는 ‘고지혈증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는 기준’에는 임상 의사들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강아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이번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전에는, 신약 가격이 주요 7개국의 약값을 기준으로 결정돼 우리나라 실정에 비춰 지나치게 비쌌다”며 “그동안 제약회사들이 너무 많은 이익을 챙겨 환자들의 부담이 컸고, 이렇게 약값을 내려도 제약업체 이익이 조금 줄어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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