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9 19:27
수정 : 2008.05.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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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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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요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앞으로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사람이 부쩍 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을 보니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고, 한우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싼데다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더 나아가 쇠고기가 재료로 들어간 음식까지도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여러 가공식품이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미국산 쇠고기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식생활부터 보면 영국에서 광우병 파동 뒤 육식 소비자가 줄고 채식주의자가 늘어났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위주로 식습관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 것이다. 또 유기농 농산물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생산자와 직거래 방식으로 쇠고기를 계약해 사는 경향도 보편화할 것이다.
광우병 공포는 쇠고기뿐만 아니라 소의 부산물로 만드는 각종 의약품과 화장품, 식품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쇠가죽에서 빼낸 콜라겐 성분은 화장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등 소의 여러 성분은 건강보조식품이나 보충제의 재료로도 쓰인다. 디저트 음식이나 젤리, 거미 사탕, 마시멜로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젤라틴은 소의 뼈와 근육 등을 녹여 만든다. 중요한 점은 미국 식품의약청은 광우병 발생 나라의 소를 원료로 만든 이들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우병 공포의 불똥은 포도주에도 튄 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1997년 7월 프랑스산 포도주의 수입을 금지했는데, 프랑스산 포도주 일부가 유럽연합이 금지한 소의 알부민으로 정제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 소가 발견되지 않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명백한 증거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는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있을 법한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만약 이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건강에 관한 정부의 정책들은 논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독일과 일본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 쇠고기 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가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독일은 두세 달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일본은 이보다 훨씬 길었다. 이런 차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서 판가름났다. 우리 국민이 광우병 공포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것을 이 정부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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