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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1 15:50 수정 : 2008.07.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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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군구 산부인과 25% 분만 실적 ‘0%’
낮은 출산율·보험수가로 수지 안맞아 기피

“새벽에 양수가 갑자기 터지는 바람에 포항까지 비상등을 켜고 1시간20분을 달렸습니다. 정말 아찔했습니다.”(경북 울진의 ‘아기보살’)

“출산 때문에 친정인 전남 나주로 갔지만, 그곳에도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다고 해서 결국 광주까지 가서 애를 낳았어요.”(전남 완도의 ‘자유맘’)

농어촌 지역 시·군·구 4곳 중 1곳꼴로 1년 동안 분만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지난해 말 집계한 ‘2006년 제왕절개 및 분만평가 결과’를 보면,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132곳 중 26.5%인 35곳은 분만 실적이 전혀 없다. 이들 지역은 분만이 가능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도 이를 기피하거나, 아예 시설과 인력이 없는 곳들이다. 전남(22곳 중 8곳), 강원(18곳 중 7곳), 전북(14곳 중 6곳) 지역은 도내에서 분만 실적이 없는 시·군·구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었다. 이어 경남 5곳, 충북 4곳, 경북 3곳, 충남 2곳 등이 분만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북 칠곡, 충북 청원 등은 연간 출생아 수가 1천명을 웃돌고 국제 결혼으로 다른 농어촌 지역에서도 분만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산모들의 불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관련 정보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농어촌 지역에 사는 임산부들이 ‘원정 출산’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한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이런 산모들을 위해 ‘이동 분만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서울에서도 심해지고 있다. 심평원 자료를 보면, 2006년 말 서울의 산부인과 병원 577곳 가운데 522곳은 그 해 1년 동안 분만 실적이 ‘0건’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9곳이 사실상 출산이 불가능한 ‘반쪽 산부인과’인 셈이다. 특히 분만이 불가능한 산부인과 비율은 1년 전인 2005년 582곳 중 382곳(65%)에서 1년 새 25%포인트나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 5월 서울에서 둘째를 출산한 주부 이현미(29)씨는 “진료를 받던 병원에서 분만을 받지 않는다고 해 산달에 큰 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며 “이것저것 다시 검사해야 해서 불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 낳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낮은 출산율, 높은 의료사고율, 상대적인 저수가 등이 지속되는 한 이런 불편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장은 “자연분만을 하면 40만원 정도를 받는데, 한 달에 최소 20명의 분만 환자가 있어야 투자 비용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백은정 공보이사는 “신생아 분만은 의사들의 체력·시간 비용, 의료 사고 가능성과 시설 투자 부담 등이 다른 진료 과목보다 월등히 크다”며 “갈수록 늘어나는 분만 소외지역을 줄이려면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만 탓하지 말고 공공성에 근거한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송지혜 김효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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