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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4 18:27 수정 : 2008.11.14 20:56

홍창의(85·사진·전 서울대 의대 교수)

‘평양 어깨동무 소아병동’ 산파 홍창의 박사

“아이들 큰병 제대로 치료를”
2년여 우여곡절 끝 병동 완공
북 의료시설에 추가지원 호소

남쪽의 지원으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소아 전문 병원이 지난달 24일 평양에서 문을 열었다. 평양의대병원 안에 들어선 220병상 규모의 어깨동무 소아병동은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이사장 권근술)가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의 도움을 받아 세웠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소아병동은 진료실, 중환자실, 검사실, 입원실, 놀이방, 의료교육센터 등 현대적인 의료 시설을 고루 갖춰, 앞으로 북한 어린이 의료의 중추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깨동무 자문위원으로 소아병동 건립의 발판을 만든 홍창의(85·사진·전 서울대 의대 교수) 박사는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에서 소아과가 있는 유일한 종합병원이 평양의대병원인데, 시설이 너무 낡고 좁아서 소아병동을 새로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홍 박사는 2002년 1월 첫 방문에 이어 이번 소아병동 준공식까지 모두 4차례 북한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주로 어린이들의 영양 관리를 지원했고, 급성설사나 영양부족으로 폐렴 등 중한 합병증까지 생긴 아이들을 보고 소아 전문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던 중 2005년 11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의료진들로부터 평양의대병원의 소아과 방문기를 듣고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소아과에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시설이 부족한 것은 물론 1950년대에 지었다는 건물은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좁아서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이 더 아프게 될 지경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홍 박사를 포함한 어린이병원 의료진의 제안으로 어깨동무에서 마침내 평양 소아병동을 짓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6년 6월 착공한 뒤 2년 4개월 동안 시멘트 등 건축 자재 지원을 위해 모두 79차례, 의료·건축·실무 분야 인력은 모두 481명이 72차례 현장을 방문한 끝에 병원이 완성됐다. 이 병동에서는 중이염, 충치 등 어린이들이 흔히 앓는 질환부터 백혈병, 심장질환 등 중환자의 치료까지 가능하다. 초음파나 방사선촬영기 등 의료기기도 최신 시설로 갖췄다. 어깨동무 쪽은 “소아병동 개원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이전에 비해 2배는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박사는 “평양의대가 북한의 의료에서 중추적인 구실을 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전 지역 어린이들이 중병에 걸리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새 소아병동이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다른 지역에도 소아병동이 들어서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9~10월 두 달에 걸쳐 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이 수십명이 평양을 방문해 평양의대 의료진들과 토론을 거쳐 소아병동 의료기기의 사용법을 전수하고 오기도 했다.


홍 박사는 서울대병원에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병원을 짓도록 제안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그는 병원 장기발전위원회에서 어린이병원을 새로 지을 것을 제안했으며 2년 뒤에 병원 기공이 이뤄졌다. 결국 남북의 첫 소아병동과 어린이병원이 모두 그의 생각과 손으로 이뤄진 셈이다.

47년에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줄곧 환자들을 진료한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소아과학 교과서를 펴내기도 했으며, 현재까지 6종의 소아과학 교과서를 쓴 바 있다. 이 책들은 평양의대의 소아병동에도 비치돼 있어 북쪽의 의사들도 보게 됐다. 87년 항쟁 당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던 의사들이 결성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도 홍 박사는 첫 이사장직을 맡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홍 박사는 “의사는 아픈 사람들이 있다면 그 누구든 어디에 있든 달려가야 하고 그들의 처지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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