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1 23:25
수정 : 2009.04.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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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청이 1일 석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보령 누크, 베비라 등 이름난 아기용 가루제품인 ‘베이비파우더’ 제품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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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파우더서 발암물질
전문가 “10년이상 지난뒤 증상…노출자체 위험”
탈크원료 성인 화장품에도 사용…불안감 확산
이름난 유아용품 업체의 베이비파우더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나오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떤 제품을 믿어야 하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와 제조업체들이 위험성을 알고도 늑장 대처를 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 얼마나 위험한가 8개월 된 딸을 키우는 박수연(34·서울 구로구)씨는 “갓난아이에게 쓰는 제품을 이렇게 엉성하게 관리하다니 너무 화가 나고 불안하다”며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베이비파우더 제품에 함유된 석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혀, 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식약청은 한편으론 “파우더 제품을 통한 석면의 유해성은 보고된 바 없다”며 “파우더가 피부에 부착되거나 공기 중에 분산되기 때문에, 흡입되는 양이 적어 유해성이 없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석면의 유해성은 당장 나타나지 않고 10년 넘게 지난 뒤 다양한 증상이 나오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산업의학 전문의인 이상윤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은 “석면이 있는 작업장에서 일한 아빠의 옷에 묻은 석면 때문에 집에 있는 아이가 어른이 된 뒤 암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석면은 몸속에 들어가면 평생 몸안에 머물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암을 일으키는 ‘죽음의 섬유’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파우더를 썼던 대상이 대부분 면역력이 약한 유아인 만큼, 앞으로 어떤 질환이나 증상을 나타낼지는 오랜 기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식약청은 베이비파우더 속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독성학회에 자문을 의뢰했다.
■ 파우더 석면 왜 방치됐나 베이비파우더의 원료인 탈크에 들어 있는 석면의 유해성은 1980년대 초반에 이미 제기됐고, 87년 일본에서도 떠들썩한 사회문제가 됐다. 유럽연합이 2005년 탈크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기준을 만들었고, 미국도 2006년 탈크의 석면 규제에 동참했다. 식약청은 여러 나라에서 위험성이 제기됐는데 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좀 늦은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보건 당국의 늑장 대처로 유럽연합보다 3~4년 정도 오래 수많은 유아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된 셈이다.
제조업체들도 정부의 관리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탈크를 사용했다. 안종주 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은 “석면은 증상이 한참 뒤에 나오기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방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탈크는 여성용 화장품 등에도 쓰이고 있어 석면을 둘러싼 불안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은 “탈크 원료에 대해 석면 검사를 하고, 조속히 탈크의 기준을 정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제조될 제품에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탈크를 사용하는 성인 화장품에 대한 조사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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