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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4 13:33 수정 : 2009.05.04 13:33

‘21세기 질병’ 확산속도 백신 개발이 못따라 가
인간활동이 생태계 변화시키며 변종 기회 제공

신종 인플루엔자는 세계가 생물학적 위협에 얼마나 취약한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생물 테러로 전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린다는 시나리오는 더이상 공상과학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레리 브릴런트 미국 생물감시자문소위원회 회장은 2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는 우리가 앞으로 몇년 안에 직면할 마지막도, 최악의 인플루엔자도 아니다”며 “‘대유행’(Pandemic)의 시대가 왔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백신 등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더욱 위험한 ‘21세기 질병’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다.

과거보다 방역체제가 훨씬 잘 갖춰졌다고 안도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은 일러야 9월께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대 의학의 한계도 드러났다. 세계를 일일 생활권으로 바꿔놓은 항공여행은 멕시코에서 발생한 인플루엔자를 몇일만에 전세계로 확산시켰다. 미생물 테러였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결과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도 위협을 키우고 있다. 열대우림이나 밀림 등 인간과 동물 사이를 갈라놓던 완충지대가 줄어들면서, 인간-동물-바이러스 사이의 접촉도 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동물들은 육상으로 올라오고 인간과 가까워지고 있다. 동물원성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거나 인간과 동물 사이의 바이러스가 뒤섞일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매콩강 유역은 소와 닭 등의 목축이 늘면서, 닭과 돼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아찔한 ‘과학실험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원성 감염증’은 모든 전염병의 약 60%, 신규 전염병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로리 가렛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뉴스위크> 최신호 기고에서 “우리는 지금 한 곳에서 발생한 미생물 위협이 인간 활동을 통해 몇일, 몇시간만에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인간이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달·변종·확산될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규모 공장식 목축업은 질병을 앓는 동물을 인간에 노출시키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 많아지고 육류소비가 증가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세계 육류소비는 1983년 한해 동안 1억5200만톤 이었지만, 2020년에는 3억8600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물망처럼 엮인 세계경제도 경제적 충격을 키우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중급 수준 질병의 대유행으로도, 세계적으로 4조4천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낳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인플루엔자가 걱정했던 것보다 약할 수 있지만, 더 치명적인 전염병이 유행하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경고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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