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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3 14:44 수정 : 2009.07.23 14:44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명 치료가 중단된 김아무개씨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병실에 누워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명치료 중단 한달째
가족들 “생명 유지하시니 다행…마음 너무나 혼란스러워”

22일 오전 11시께. 대법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도 된다’는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지 한 달째를 맞은 김아무개(77) 할머니는 숨을 고르게 내쉬며, 서울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2평 남짓한 병실에 누워 있었다. 반쯤 뜬 할머니의 눈에는 시력 손상 등을 막으려 거즈가 덮여 있었고, 입에도 건조를 막기 위해 젖은 거즈가 물려 있었다. 침대 옆 모니터는 1분당 호흡수 14회, 산소포화도 98%, 맥박 83회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래 때문에 코 고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주치의인 박무석 교수(호흡기내과)는 “호흡, 맥박, 혈압 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장기 생존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 23일 호흡기를 뗀 이래 산소포화도가 85%까지 떨어지는 위기가 네 차례 찾아왔으나 무사히 이를 넘겼다. 의료진은 가족 동의 아래 항생제 투여, 가래 제거 등 최소한의 유지 치료를 하고 하루 500㏄의 수액을 공급하고 있다.

생존 한 달째 가족들의 심정은 타들어가고 있다. 며느리 정아무개(41)씨는 이날, 한 달 전 임종예배를 집전한 목사의 인도로 김 할머니의 평안과 회복을 기원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정씨는 “어머님이 생명을 유지하고 계시니 다행”이라면서도, “의식을 회복할 기미 등이 전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하루 두세명씩 번갈아가며 병실에 들른다고 했다. 정씨는 “집에 있으면 병원 생각뿐이고, 어머님이 차도가 없으시니 병원에 있어도 멍할 뿐”이라며 “이 상태로 계속 계시는 것이 좋은 일인지, 내 마음도 너무나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김 할머니 인공호흡기 제거 이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이른바 ‘존엄사’를 선택할 권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활발해졌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말기암·만성질환 환자, 뇌사 상태 환자에 대해 ‘사전 의료지시서’에 바탕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 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병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 의료지시서를 작성한 말기 환자 2명이 인공호흡기 부착 및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고 숨을 거뒀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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