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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1968년 홍콩독감(H3N2)으로 100만명이 사망하였고 사망률은 1%였다. 우리 귀에 친숙한 조류독감(H5N1)은 과거 10년간 겨우 천명도 안되는 사망자가 있을 뿐이지만, 사망률이 60%이므로 인간에 대한 감염력이 높은 변종을 항시 경계해야하겠다. -현재까지 신종플루의 성적 지난 4달간 140여개국, 2만명을 넘은 사람이 감염되었으며 사망률은 0.3% 정도이다. 그나마 초기 발병지역인 멕시코 지역은 1.16%였지만 점차 퍼져나가면서 사망률은 조금씩 감소되었다. 여러 연구자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0.3~0.5%를 예상하는 것이 대세이며 최악의 경우 0.7%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페인독감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평년 플루의 사망률이 0.05%인 것을 감안하면 20세기 4차 대유행 플루임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신종플루의 대유행이 예상되는 이유 첫째, 계절적 요인이다. 춥고 건조한 날씨는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더 오래 생존토록하여 감염력이 증가된다. 또한 상기도(코, 인후두 등)이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의하여 상처를 받기 쉽고, 이는 각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들의 온상이 된다. 여기에 신종플루가 빠질리 없다. 둘째, 겨울손님인 계절성 플루,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등이 자연계와 인간, 동물들 속에서 경쟁하며 독한 바이러스가 자연선택되어 진화할 확률이 높다. 또한 바이러스들은 유전자적 변이 뿐만 아니라 독성과 내성을 서로 쉽게 '전염'시키기도 한다. 셋째, 한국적인 특수성으로 군대를 비롯한 각종 집단생활시설, 너무 밀접한 생활을 하는 유치원과 학교, 기숙사, 반찬그릇을 공유하는 식습관 등이 독성이 강한 균주를 증폭시키기 쉽다. 이런 문화가 더 만만치 않은 중국이 옆에 있다는 강점(?)도 있지만,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는 강력한 통제가 가능하겠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대유행을 하여도 통제는 불가능할 것같다. -자연재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플루는 일종의 자연재해다. 지구란 공간을 점유하는 모든 생명체간의 경쟁의 일면이며, 유행하는 플루가 자연선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동물도 면역체계에 따른 선택과 보상을 받는다. 이는 수천만년을 이어온 역사이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죽을 날을 기다리자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이러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과정에서 유일하게 조금 벗어난 생명체이며, 인간의 역사는 그러한 변화의 범위가 커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평년의 플루는 인구의 10%가 감염되어 면역력이 생기면 잦아들어왔고, 감염력이 높은 대유행 플루는 30%는 감염되야 끝이 보였다. 이는 아직 인간의 힘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10%가 되면 좋겠지만, 30%가 된다고 해도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바다 건너편에서 오는 쓰나미의 높이를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군중의 공포를 자극하며 '국제특허를 무시한 타미플루 대량복제' 주장은 세계10위 경제대국 한국을 쿠바나 북한과 같은 국제사회의 고립국가 또는 사회주의로 가자는 주장의 완곡한 표현이란 점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북한이나 아프리카 국가에서 '먹고 살자고 위조 지폐 좀 찍자.'고 하는 주장하는 것보다 더 극단적인 주장이란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전지구적 재난에서 더 많은 사람이 살아 남으려면 '타미플루 좀 구할 수 없냐?' '걱정되서 그러는데 신종플루 확진검사 받을 수 없냐?' 나도 내 딸이 열이 나고 상기도 감염증세를 보이면 덜컹 겁이 날 것이다. 당장 타미플루를 먹이고 싶은 욕심에 눈일 멀 수도 있다. 그래서 여러 국민들의 마음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건 공멸의 길이다. 첫째, 타미플루 내성문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타미플루를 먹어봐야, 약효가 떨어지면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데... 내년까지 매일 타미플루를 먹을 생각인가? 그리고, 이미 많은 플루들이 타미플루 내성을 가지고 있다. 신종플루가 타미플루 내성을 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감염증세가 없는 사람이나 경미한 증세의 환자에게 타미플루를 먹이는 것은 효과가 미미하여 '물에 물 타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증상이 없는 사람이 신종플루 검사를 받는 것도 의미없는 행동이다. 둘째, 이제 타미플루는 발열 등의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이제까지는 소수의 의심환자에게도 타미플루를 처방하여 환자발생규모를 최소화하여 전파속도를 줄이는것이 최선의 전략이었지만, 이미 지역사회 대유행으로 이행되었으므로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 위주로 대책이 전환되야한다. 증상이 없는 일반인들도 신종플루의 밀도가 가장 높을 것이 뻔한 병원과 보건소의 방문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셋째, 이제까지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훌륭히 신종플루에 대처해왔다. 전세계적 재난을 전세계 평균 만큼의 피해로 버텨도 칭찬할 만한데, 아직까지는 평균보다 훨 뛰어나다. 솔직히 운이 좋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같은 방어율을 유지하려면, 지금과 같이 공무원적(누군가는 이것을 '공공'이라고 칭송할지 모르지만)으로 복지부동해서도 안되며, 여론에 밀려 포퓰리즘에 빠져서도 안된다. 유감스럽게도 어제의 보건복지부의 땜질 대처는 사태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모든 병의원에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을 보면 한국적 현실을 모르는 무지와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수천만분의 일도 문제가 없는 이미 철지난 광우괴담을 가지고도 패닉에 빠지는 국민과 언론인지 벌써 잊어 버렸나? 각종 소문과 괴담에 개인적으로 타미플루를 '비축'하려는 수많은 개인들은 병의원을 점령할 것이 뻔하다. 이럴 때라도 제대로 공공의료를 실현하기를 바란다. 타미플루의 처방과 공급은 보건소 또는 군병원, 개인의원 중 일부가 선택되어, 보다 엄격한 투여기준과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일반환자의 진료는 하지않도록 전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동네소아과도 아닌, 대학병원의 로비와 응급실에 뒤섞인 신종플루환자와 각종 암 및 중증환자들의 아우성을 상상해 보라. 또한 입원환자의 경우도 입원실이 아무리 다르게해도 승강기와 로비에서 전염되고 증폭될 것이 상상이 안되나? 넷째, 보건복지부와 정치인들은 신종플루검사와 치료제를 보험이 되는 것처럼 큰소리치고 있지만, 실제로 보험공단/심평원에서는 애매한 답변만 하고 있다. 이는 교과서나 권고안대로 치료를 하고도 과잉진료라고 과징금 처벌 당하고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의 사태와 산부인과 NST검사 사태의 반복임을 예견하는 것이다. 낡은 한국식 관치의료의 부도덕성과 후진성을 그만 벗어나기를 바란다.(관련기사: 개원의 96%, '신종플루 치료방침-보험기준 제공받지 못했다.', '내시경 치료로 사람을 살리면 병원은 적자') 다시 이야기하지만, 지금의 신종플루는 전세계적 자연재해이다. 하지만, 무한대의 재앙은 아니다. 평년보다 조금더 강한 신종플루일 뿐이다. 또한 과거에 없던 타미플루와 리렌자라는 치료약이 있으며, 11월이면 보급될 백신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뾰족한 대책이나 묘수는 없다. 최선의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나보다 건강하지 못한 타인을 위해서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정부도 특효처방이 없다. 이런 때일 수록 여론에 휘둘리기 보다는 원칙과 상식을 지키고 현장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사태에 대처하기를 바란다. 이순신장군을 비롯한 많은 국난을 극복한 지도자들은 환관이나 외척이 아닌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에서 그 답을 찾았다. 정치권 또한 단기적 이익이나 인기영합하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정치인은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정직하게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하는 정치인이며,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면 국민들도 잊지 않을 것이다. 언론과 지식인들도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신종플루로 지구가 멸망하지도, 한국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이 정도로 약한(?) 플루 덕에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 또 다른 전인류의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경험을 쌓아 전화위복으로 남기를 기원한다. -내과의사 한정호의 의료와 사회(im.docblog.kr), 출처 포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가능 p.s. : 이미 언론과 인터넷에 많이 언급된 지식은 나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참고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가 가장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며, 급변하는 정보와 대응도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나는 내과전문의이기는 하지만, 내과수련을 마치고부터는 소화기내과를 전공하였다. 의사협회의 작은 업무와 평소의 관심, 몇 분의 감염내과전문의들의 도움으로 위의 글을 정리하였다. 하지만, 훨씬 많은 실제 경험과 고민이 누적된 감염내과전문의들과 질병관리본부의 전문가들에게 너무도 부끄럽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이 점을 감안하기를 바라며, 질병관리본부와 '진짜 전문가'들의 소리에 다이얼을 맞추어 차분하게 대응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사족 :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런 상황에서 엉뚱하게 공공의료확대를 허울삼아, 공공병원/인력확대 등의 철밥통 늘리기 주장을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이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의 관련 부처들도 현 사태를 조직확대의 발판으로 보지 말기 바란다. '공공'이란 이름으로 그토록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인력을 확장한 보건소와 보건지소들, 그리고 각종 시립/도립 의료원과 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병원들이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는지 잘 지켜보기를 바란다. 지금도 다들 책임소지를 피하기 위한 각종 서류작업하는라 바쁘며, 민간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지키기 힘든 규칙(법)을 만드느라 고민하는 것은 알고 있다. 조만간 '공공의료'가 부족한 탓을 할 그대들의 얼굴이 선~하기에 하는 사족이다. 그런데 신종플루로 열이 나도 말은 바로 하기를 바란다. 한국은 '공공의료' 등의 공적영역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남아도는 공공의 영역이 본연의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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