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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1 14:50 수정 : 2009.09.01 14:50

[장애인, 재활이 희망이다] ① 떠도는 장애인들
건보 수가 3개월 지나면 줄어 병원서 기피
“시설 좋은 재활병원은 기다리는데 수개월”

“뇌성마비 아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지방의 한 복지관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시작해, 서울의 큰 병원들까지 모두 다녀 봤습니다. 오래 있으면 병원에서 퇴원을 하라고 하니까요. 지금 치료받는 병원도 마찬가지겠지요.”

3살 때 뇌성마비에 걸린 아들(11)의 재활치료를 위해 지난 4월 전북에서 경기도의 한 재활병원으로 올라온 이아무개(56)씨는 한숨과 함께 눈물을 훔쳤다. 아들이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지 얼마 뒤 남편이 숨진데다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이씨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자연히 시골의 집과 논밭을 모두 팔았고, 소득이 없어 어느새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됐다. 이씨는 “아들이 잘 걷지도 못하고 손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지만, 말도 좀 하고 컴퓨터 자판을 누를 수 있어 의사표현에는 문제가 없다”며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도 잘해, 전교 10등 안에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재활병원에서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처럼 시설이 잘 갖춰진 재활병원은 매우 적어, 치료를 받으려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지금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급여로 한 달에 45만원가량 나오는데, 의료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치료가 많아 대부분이 병원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들이 수영이나 언어치료를 받으면 몸의 움직임이나 언어 표현력이 확실히 좋아진다”며 “하지만 한 번에 3만5천원씩이나 하는 언어·음악·수영치료 등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ㅅ병원에 입원중인 장애 1급 유아무개(65)씨는 벌써 10번째 병원을 옮겼다. 정원사였던 유씨는 5년 전인 2004년 8월 나무에서 떨어져 등뼈를 다친 뒤 걷지 못하게 됐다. 그는 석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바꿔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재활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간이 정해져 있는 탓에 한 병원에서 오래 머물 수 없다. 같은 물리치료를 해도 처음 3달 동안은 건강보험에서 치료비의 100%를 인정해주지만 그다음부터는 보험수가가 일정 비율씩 줄어든다. 당연히 병원에선 3달 이상 된 환자를 기피하기 마련이다.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도 고역일뿐더러 병원을 옮길 때마다 피검사 등 똑같은 검사를 반복해서 받아야 하는 것도 어렵고 화나는 일이다. 유씨는 “시설이 좋은 재활병원은 기다리는 시간만 몇 달”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치료를 하는 방법도 고민해 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는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정도로 화장실이 넓어야 하고, 운동기구를 설치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어 힘들다”며 “치료사도 불러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엄청나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차피 걸을 수 없는데 돈과 시간을 들여 꼭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고 유씨는 전했다. 그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리가 서서히 굳어져 가는 것을 생생히 느낀다”며 “예전처럼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어서기가 유씨에겐 삶의 목표다.


장성석 대한재활병원행정관리자협회장은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돼 있는데다 재활 의료기관마다 치료·시설·인력 등에서 질적 차이가 커 환자들이 제대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소연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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