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04 20:15
수정 : 2013.06.05 16:25
허리통증
수술 환자 4년새 48% 증가…5년안 재수술 13%
허리 통증의 95%는 약물·물리치료로 회복 가능
최근 수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척추 수술을 받는 환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중이 많아지는 등 실제 환자 수가 늘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건강보험 진료 환자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사이 척추 수술 건수는 거의 50%가 증가했다. 약이나 물리치료, 생활습관 교정 등으로도 증상 조절이 가능한 초기 환자를 수술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뒤 5년 안에 다시 수술을 받게 될 가능성이 13%에 이른다는 통계는 큰 의미가 있다. 당장 수술이 완치 혹은 만능은 아니라는 뜻이며, 허리 건강에 이로운 생활습관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천기·김치헌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동으로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척추 디스크 수술을 처음 받은 환자 1만859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5년 안에 다시 수술을 받은 환자가 13.4%로 나타났다. 재수술까지 걸린 기간별로 구분해 보면, 첫 수술 뒤 한달 안 4.1%, 1년 안 7.4%, 2년 안 9%, 3년 안 10.5%, 5년 안 12.1%로 나타났다.
한달 안에 다시 수술을 받았다면 첫 수술로 허리 통증 등과 같은 증상이 해결되지 않아 다시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과 함께 첫 수술 부위에서 관절 등의 퇴행성 변화가 생겨 다른 수술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가 갈수록 척추 수술을 다시 받은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부위 혹은 다른 척추에서 또 다른 퇴행성 변화로 허리 통증 등이 나타나 수술을 받은 경우로 추정된다. 김치헌 교수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혹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다스려질 수 있는 증상인데도 수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척추 수술은 2005년부터 크게 증가했는데, 최근 통계로 연구를 했다면 재수술률이 더 높게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료진은 환자가 수술을 꼭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된 경우에만 수술 치료를 권하고, 환자는 꼭 필요한 수술 치료 뒤라도 허리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는 20만7000여명으로 2007년 14만여명에 견줘 48%나 증가했다.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노인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다해도, 국민 전체가 척추 질환을 겪을 만한 특별한 상황이 생긴 것이 아니라면 나타나기 힘든 수치라는 것이 관련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수술 환자 수치는 매우 큰데, 인구 10만명당 척추 수술 건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3배, 미국의 1.5배로 알려져 있다. 정형준 서울적십자병원 재활의학과장은 “최근 척추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한다는 전문병원이 많이 생겨나면서 수술 건수가 크게 늘었다. 그동안 수술이 필요했던 환자가 수술을 받지 않은 것이라기보다는 수술 이전의 치료로도 증상 조절이 가능한 사람들까지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2011년에 시행된 척추 수술은 15만3600여건인데, 이 가운데 15%가량인 2만3300여건이 불필요한 수술이라는 평가도 심사평가원에서 내려진 바 있다.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고 해서 곧바로 수술부터 하거나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와 같은 고가의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95% 이상의 허리 통증은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혹은 생활습관 교정이나 적절한 휴식만으로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김치헌 교수는 “허리 통증이 나타난 초기인 급성기에는 약물 혹은 물리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통증은 없어진다. 또 쪼그려 앉아서 밭일·걸레질을 하거나 무거운 물체를 드는 것과 같이 척추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교정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형준 과장은 “허리 통증이 나타났다고 해도 최소 6주 이상은 보존적 치료로 증상 조절을 해 봐야 한다. 특히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한 시간에 10분씩 쉬고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를 한다면 척추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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