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선택진료비 등 제외…‘100% 보장’ 공약 말잔치로 4대 중증질환 급여 확대 선별급여 도입…환자 50~80% 부담
최신기술 오남용 진료비 상승 우려
4대 중증 이외 질환 역차별 문제도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컨트롤타워인 사회보장위원회는 26일 4대 중증질환 관련 건강보험 급여 대상은 크게 늘리되, 새로 편입된 급여 대상자의 본인 부담률은 기존 환자보다 높이는 방식의 대책을 내놨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의료비 부담의 본질인 건강보험의 3대 비급여 부분을 뺀 ‘4대 중증질환 급여화’는 국민을 기만하는 꼼수”라는 반응을 내놨다. 박 대통령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의 핵심인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의 급여 항목 포함에 대한 결정을 오는 12월로 미뤘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된 ‘선별급여’제도도 되레 환자의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정파괴범’ 3대 비급여는 제외 학계와 시민단체는 그동안 3대 비급여 부담 때문에 빚을 지고 집을 팔거나 가계가 파탄나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가 문제라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런 ‘가정파괴범’이 여전한 가운데 환자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전체 진료비 중 건보 부담액 비율인 건보 보장률은 2006년 64.3%에서 2011년 62%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보장률 감소의 주된 이유는 비급여의 증가다. 비급여 항목에서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1년 4대 중증 질환의 선택진료비는 4570억원, 상급병실료 차액은 2848억원이다. 이를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한해 최대 2조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3대 비급여 때문에 국민의 허리가 휘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아직 뚜렷한 입장이 없다. 복지부는 “3대 비급여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올해말까지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밝힌다. 하지만 기초연금 등 핵심공약들이 줄줄이 후퇴하는 상황을 보면, 3대 비급여에서도 예산투입 없이 기준만 강화하는 ‘제도개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들끓고 있다. 이런 불신은 박근혜 정부가 자초했다. 박 후보의 정책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비급여 진료비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이라고 적혀있지만 인수위는 “3대 비급여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 환자부담 큰 ‘선별급여’도 논란 4대 중증 질환에 대해 건보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새로 내놓은 ‘선별급여’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기존에는 4대 중증 질환자가 건보가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진료를 받을 경우 암 환자나 심장 및 뇌혈관 환자는 진료비의 5%, 희귀난치질환자는 10%만 내거나, 예를 들어 선택진료비와 같은 비급여 항목은 환자가 전액 내야 했다.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선별급여는 아직까지는 치료 효과에 견줘 비용이 너무 많이 드나 환자들이나 의사가 선호하는 최신 의료 기술을 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포함시키기는 하지만 환자가 전체 진료비의 50~80%를 내는 제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 여건을 고려해 환자 부담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현재 아무런 관리도 받지 않고 있는 최신 의료기술에 대해 일정한 가격과 적용 범위를 정할 수 있고 환자 부담이 일정 비율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떤 기술이 선별급여 항목에 들어갈 지에 대해서 논란이 치열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선별급여가 되는 최신 의료기술이 오남용 되면서 오히려 환자들이 내는 진료비가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효과에 견줘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기술을 선별급여로 인정하면 오히려 환자들 및 건보 재정부담만 키우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 ‘4대 중증’ 넘어 모든 질환 급여화로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먼저 4대 중증 질환에 치우치다 보니 되레 다른 질환에 대한 건보 보장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암 등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강화로 이 부문 보장률이 2004년 49.6%에서 2010년 70.4%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한해 500만원 이상 상위 50개 질환 가운데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한 건보 진료비는 2011년 기준으로 전체의 40%에 그쳤다. 결국 4대 중증질환만 감싸다 다른 모든 질환이 역차별을 당한 셈이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한겨레> 기고(33면에서 “이번 조처는 (건보 급여화에 대해) 4대 중증질환 이외의 질환으로의 확대를 전제로 해야 한다. 같은 엠아르아이(MRI)를 찍는데 심장질환은 건강보험에서 해주고 간질환은 안 해주면 공평하다고 할 수 없다. 4대 중증질환이 전 질환 확대의 시범사업이 되어, 보장성 강화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손준현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 기자 dust@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