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16 20:09
수정 : 2013.07.17 21:29
비타민·칼슘·오메가3 등 ‘위험경고’ 연구 수두룩
명승권 건강강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2년 9월 발표한 바를 보면 국내 의약품 생산 실적은 15조5968억이고,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2011년 12월 보고한 바를 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추정돼 의약품 규모 대비 23%나 된다. 이 건기식 가운데 가장 많이 생산되고 팔리고 있는 제품은 홍삼류로 전체의 50%를 넘고, 비타민, 알로에, 오메가3 지방산, 프로바이오틱스, 인삼, 글루코사민, 칼슘 등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건기식이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될까? 홍삼류는 일부 실험실 및 동물실험 연구 결과는 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가 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나머지에 대해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얘기해 본다.
우선 비타민은 최근 수십년 동안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한 수백 편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각종 천연 비타민 및 항산화제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경우에 견줘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생이 20~30% 이상 적은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하지만 합성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의 경우 총 47편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먹지 않는 사람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5% 높다는 논문이 2007년 2월에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렸다. 2010년에는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항산화보충제 복용은 암 예방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방광암의 위험성을 52% 높였다는 연구 결과가 <종양학연보>에 나왔다. 지난 1월에는 50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는 심장 및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영국의학저널>에 실렸다. 일부 유명 의대 교수 등이 고농도의 비타민 시(C)를 먹으면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하나, 이는 일부 실험실 및 동물실험 연구에 기초한 가설에 지나지 않으니 아직 권장할 수 없다.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의 경우 14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심장 및 혈관질환에 효능이 없음이 2012년 4월 <미국의학협회지-내과>에 실렸다. 글루코사민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37편의 임상시험에 대해 종합분석한 결과 제약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지 않거나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를 종합했을 때 통증 감소 등의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결국 2012년 3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빠졌다. 끝으로 칼슘보충제의 경우 골절 예방을 위해 쓰이고 있으나 7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오히려 심근경색 위험성이 27% 높아졌다는 결과가 2010년 <영국의학저널>에 실렸다. 또 지난 2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에서는 골절 예방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 디(D) 보충제를 먹는 것은 권고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타민제 등 건기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할 수 없다. 식약처 등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최근에 나온 건기식의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고찰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 특히 이의 시판허가를 의약품에 준하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등 건기식에 관한 법률 역시 전면적인 재검토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장 (의학박사ㆍ가정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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