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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08 18:47 수정 : 2013.10.08 20:27

[건강] 건강 렌즈로 본 사회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학교생활, 친구 및 가족 관계, 사회경제적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브라우닝 교수팀이 <건강과 사회적 행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동네 환경 또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중요하다.

이번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에서 6~15살 청소년 2367명을 대상으로 어지럼 등 신체 증상, 우울과 불안 혹은 위축감 등과 같은 정신적 증상들을 측정했다. 또 설문을 통해 성별과 인종, 가족구성, 사회경제적 위치, 부모와의 관계 등 정신건강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요인들도 함께 조사했다. 아울러 이들이 살고 있는 79개 지역과 그에 포함된 460개 동네의 골목들을 영상장비를 단 차량으로 돌면서 찍고 일지를 기록해 거리의 무질서 정도를 점수로 평가했다. 무질서는 거리에 어슬렁거리거나 술 마시는 성인들, 갱스터, 술이나 마약 등에 중독된 사람들, 성매매,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지 여부로 평가했다. 동시에 또 다른 설문을 통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느끼는 결속력이나 신뢰감을 평가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길에서 스프레이 낙서를 하면 다른 어른이 타이르거나 아이들이 어른에게 인사를 잘하는지 등 비공식적인 사회적 통제 정도를 측정해 동네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인종이나 가족 구성, 사회경제적 위치 등 개인 수준의 여러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한 이후에도, 동네의 무질서 정도가 심할수록 청소년의 우울이나 불안 등과 같은 증상이 더욱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녀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편 동네의 결속력이나 신뢰감이 높을수록 소녀들이 느끼는 우울 등은 줄어들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동네 환경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또 다른 해외 연구에서도 열악한 환경의 동네에 사는 소녀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소녀들의 스트레스는 동네에서 폭력이나 성적 괴롭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관계 있었다.

한국 청소년들이 시카고처럼 길거리에서 마약거래나 갱스터의 다툼을 목격하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질서하거나 주민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을 봐도 모른 척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스스로 평가한 행복지수는 5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지난 9월에 발표한 바를 보면 청소년 자살률은 오이시디 국가 중 5위이며, 2000~2010년 자살 증가율은 오이시디 국가 중 둘째였다. 자살 고위험군을 가려낸다고 설문조사를 하고 투신을 막기 위해 학교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는 것보다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이웃들의 따뜻한 시선이나 학교나 학원을 오가며 지나는 골목길의 안전, 친구들과 어울리는 동네 번화가의 밝은 모습 같은 것들 말이다.

권세원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영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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