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0 18:45
수정 : 2005.08.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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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아이들은 아토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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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네 아이들은 아토피 피부염이 없었다.” 확인해봤냐고 따지면 증명할 수는 없지만, ‘형제 효과’를 염두에 둔 보건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하게 된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란 아이는 여러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형제효과’가 아토피에도 적용된다는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원래 기묘한 질병이라는 뜻의 ‘아토피’는 그리스어 아토포스(atopos)에서 유래됐다. 이 아토피의 원인은 유전, 화학약품, 음식, 호르몬, 환경오염,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원인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생후 2년 이내에 항생제 치료를 받았거나, 임신 전에 피임약을 먹었던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이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나왔다.
아토피 질환으로 밤낮없이 고생하는 아이가 있으면 부모들은 병균이 살지 못하도록 늘 깨끗하게 청소하고 씻기느라 애쓴다. 그러나 이런 청결한 환경이 아토피 피부염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릴 때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병균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면역력을 키울 기회도 적다. 이러다 사소한 먼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체질이 될 수 있다. 위생적인 생활환경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한편으론 사람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 이런 설명을 ‘위생가설’이라 부른다. 가난한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위생관념이 철저하고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알레르기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현상도 이 위생가설을 뒷받침한다.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아토피 질환에 덜 걸리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형제가 많으면 같이 쓰는 물건도 늘어나 아무래도 청결을 유지하기 힘들다. 여럿이 한 공간을 쓰니 집 안 환경도 덜 깨끗하기 쉽다. 게다가 형제들끼리 서로 질병을 주고받는 ‘교차 감염’도 자주 일어난다. 다행히 한 집에서 생활하는 가족끼리 주고받는 질병은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오기보다는 뚜렷한 증세를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형제들이 평소에 서로의 면역체계를 단련시켜 주는 셈이다.
또 형제가 많은 어린이가 적은 어린이보다 폐활량이 더 큰 경향이 있다. 다 같이 뛰어 놀 기회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늘어 폐 기능도 좋아지는 것이다.
여럿이 어울려 맘껏 놀며 지저분하게 자란 윗세대들에 비해 요즘 아이들이 더 건강할까? 적어도 아토피 피부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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