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03 21:18
수정 : 2014.02.03 22:16
국외 담배소송은 어찌됐나
나라 밖에서도 담배소송은 한때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다. 미국에서는 1954년 담배소송이 시작됐는데 1992년까지 제기된 800여건의 소송 모두 소송을 낸 쪽이 졌다. 폐암에 걸린 개인 차원의 소송이었기에 막강한 자금과 조직을 갖춘 담배회사와 장기간 법정싸움에서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1993년부터 간접흡연 피해소송, 주정부가 주체가 된 소송, 집단소송 등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1994년 플로리다주가 위해물 제조업체에 대한 의료비용 배상 청구권을 주정부에 주는 법률을 제정하고 1997년 3월 연방대법원의 합헌 판결을 받아낸 뒤 46개 주정부가 연합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결국 1998년 11월 담배회사들로부터 2060억달러(약 220조원)를 배상받기로 합의했다. 사실상의 승소였다.
캐나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997년 주정부에 담배소송 권한을 주고,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책임을 담배회사로 돌리는 내용의 ‘담배 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이 만들어졌다. 담배회사가 이에 반발해 위헌소송을 냈으나 2005년 9월 연방대법원은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주정부들은 이 법을 근거로 대규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되는 담배소송에는 특징이 있다.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원고가 돼 소송을 제기한데다 개인의 피해 입증을 넘어 역학·통계적인 입증을 법원이 인정하는 쪽으로 이미 큰 줄기를 잡았다는 점이다.
이밖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2002년 폐암에 걸린 51살 여성이 승소한 사례가 있고, 브라질에서도 심장병으로 숨진 흡연자의 부인이 1997년 담배회사의 배상을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독일 등 유럽에서는 담배소송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다.
국내 담배소송이 시작될 때부터 관여해온 배금자 변호사는 “유럽은 전통적으로 흡연에 관대한 문화여서 소송이 흔하지 않지만, 영연방인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아일랜드 등에서는 간접흡연 피해 소송이 늘고 있으며 승소율도 높다. 최근 담배갑에 폐암을 경고하는 그림 부착 등을 의무화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 유럽에서도 소송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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