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9.07 11:03 수정 : 2005.09.07 13:36

우울한 엄마의 아이는 학습효과 낮다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 가운데 증상의 원인을 엄마에게서 찾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이 때는 엄마의 문제를 해결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나아진다. 문제는 엄마의 우울증이 아이들의 발달에 영향을 끼칠 때다. 발달이 많이 늦어지면 나중에 교정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먹고 입을 것뿐만 아니라 엄마의 반응과 사랑이 필요한데 이것이 부족하면 ‘반응성 애착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발달이 늦어져 자폐증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콜로라도 대학의 카플란 박사는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우울한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에서 학습 효과가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면서 그 장난감을 설명하는 단어를 알려주고 이를 기억하게 하는 실험이었는데 우울한 엄마의 설명 목소리에 비해 그렇지 않은 엄마가 설명했을 때 학습 효과가 높았다. 학습효과 차이는 우울함의 정도에 비례했다. 카플란 박사는 각각의 목소리를 분석했는데 우울한 엄마들의 경우에는 목소리의 음조 변화가 뚜렷이 적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말할 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좀 더 큰 목소리로 과장되게 말하곤 한다. 이것을 ‘아가 말투’ 또는 ‘베이비 토크’라고 하는데 이런 말투를 쓰면 아이들의 각성 상태는 보다 높아진다. 그 결과 아이들은 높아진 각성 상태에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학습 효율이 커진다. 문제는 우울증을 앓는 엄마에서는 이런 ‘아가 말투’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가 말투’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이를 쓴 집단과 어른들의 일반적인 말투를 사용한 집단에서 뚜렷한 언어발달 차이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우울증을 앓는 엄마들은 표정의 반응성도 떨어진다. 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찡그리고 어두운 표정을 아이에게 짓게 된다. 만 3살 이전의 아이는 사고 기능이 부족해 단순한 시각적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므로 엄마의 표정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아무리 엄마가 입으로 잘한다고 하더라도 표정이 어둡다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 확신이 없는 아이가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결국 아이는 발달을 위한 과정을 충분히 밟지 못하게 된다.

요약하면 엄마들이 앓는 우울증이 결국은 아이에게도 대물림된다. 이렇게 대물림된 우울증은 정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지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원한다면 엄마가 정서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soliber@hanmail.net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