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1 08:05
수정 : 2014.08.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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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송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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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대 송규영 교수 연구팀
유전자 검사 통한 백혈구감소증 부작용 예측 및 맞춤치료 기대
크론병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은 최근 가수 윤종신이 앓고 있다고 방송에서 밝혀 ‘유명세’를 탔다. 설사와 복통·체중감소 등이 동반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우리나라 환자 수가 2만6천여명에 이른다. 서구식 식단으로 바뀌며 1990년대 이후 발병률이 크게 증가해 이 질환으로 군에서 의병제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크론병을 치료하는 데는 ‘티오퓨린’(Thiopurine)이라는 면역억제제가 쓰인다. 그런데 이 면역억제제를 쓰면 면역력이 너무 떨어지는 백혈구 감소증이 일어나는 환자들이 종종 있었다. 이 면역억제제는 크론병뿐만 아니라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루프스같은 류마티스질환, 장기이식 뒤 면역억제 등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의료진은 부작용을 우려해 환자들에게 처음에는 치료 적정량보다 훨씬 적게 약을 써서 서서히 늘려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백혈구 감소 부작용의 원인으로 ‘티피엠티’(TPMT)라는 유전자가 지목돼 왔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면역억제제 투여를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처치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서는 이 유전자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데도 면역억제제 부작용은 서양인보다 훨씬 많아 의료진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더욱이 서양인들에서는 5% 이내에서만 부작용이 생기는데 국내에서는 훨씬 많은 30~40%의 환자에게서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나고 있다.
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송규영 교수는 면역억제제를 일으키는 다른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국내 크론병 환자 978명의 유전체 분석을 했다. 특히 백혈구 감소 증세가 심한 66명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엔유디티15’(NUDT15)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서 백혈구 감소증이나 전신탈모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전자는 한쌍(두 가닥의 디엔에이)으로 이뤄져 있는데, 978명 가운데 NUDT15 유전자 한 쌍 모두에 변이가 있는 환자는 14명(1.4%), 한 쪽에만 변이가 있는 경우는 176명(18%)이었다. 유전자 1쌍 모두에 변이가 있는 환자는 100%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났고, 한 쪽에만 변이가 있는 경우에도 75.6%의 환자에서 백혈구 감소가 나타났다.
송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알게 된 미국 시다스 사이나이 병원 연구팀도 1천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분석을 해서 같은 결과를 얻었다.
송 교수는 “NUDT15 유전자가 여러 인종에 공통으로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인 백혈구 감소증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라는 것이 입증됐다.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NUDT15 유전자 변이가 없을 때는 처음부터 적정 용량의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고 한 쌍 모두 변이가 있을 때는 처음부터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약물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 11일(현지시각)치에 게재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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