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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마음] ‘기막힌’ 마음 다스림 ‘기통찬’ 삶의 지혜 |
몇년 전에 한 남자 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분은 그때 중풍 후유증으로 재활 훈련을 열심히 하고 계셨다. 운동을 위해 매일 체육관에 다녔는데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그분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그분은 한때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사업이 잘 되어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새로운 일에 투자를 제의했고 그분은 친구를 믿는 마음에 그러기로 했다. 하지만 친구는 돈을 갖고 도망갔고 그 결과 그분은 부도를 내게 되었다. 그분은 너무나 기가 막혀 말도 잘 안나왔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병명은 뇌출혈이었다. 중풍이 온 것이다. 그분은 그 일을 겪은 지 한참 지난 그 당시에도 자다가 한 번씩 벌떡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너무나 기막히고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기막히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 말은 좋은 경우와 나쁜 경우 모두 다 쓰인다. 기분이 너무 좋을 때나 너무 나쁠 때 모두 쓴다. 기분이 너무 좋으면 기막히게 좋다고 하고 기분이 너무 나쁘면 기막혀 죽겠다고 한다.
또 ‘기절초풍 한다‘라는 말도 쓴다. 즉 기가 끊어지면 바람을 부른다는 뜻이다. 크게 정신적인 충격을 당한 경우에 ‘기절초풍 했네‘라는 말을 쓴다. 앞서의 예처럼 크게 충격을 받고 중풍이 온 경우가 바로 기절초풍한 경우일 것이다.
사람에게는 생명력이 흐르는 길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경락이라고 한다. 생명의 통로인 경락은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몸과 마음의 반응을 나타낸다. 우리가 ’기분이 나쁘다‘라고 하면 실제로 마음이 편치 않아 기운의 흐름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기의 분야가 나쁘다고 말한다. 기막히다 역시 마찬 가지다. 마음이 편치 않아 기의 분야가 막혔다는 뜻이다.
여기서 기의 분야는 경락을 말한다. 사람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는 물론이고 너무 기분이 좋아도 흥분해 기가 막힐 수 있다. 기가 막히는 것이 너무 심해지면 기의 분야인 경락이 완전히 막혀 바람을 부르게 되는데 이것이 기절초풍이다.
이런 상황들과는 대조적으로 심평화기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편하면 기운이 조화롭다는 뜻이다. 또 기똥(통)차다라는 말도 있다. ‘기통차게 좋다‘라고 말하곤 한다. 마음이 너무나 화창하면 기의 분야가 온전히 통해 생명력이 중심에 꽉 찬다는 뜻이다. 마음은 곧 기의 작용으로 나타나 몸을 지배한다. 언제나 마음이 화평하도록 노력해 기막히게 하지 말고 기통차게 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의 첩경일 것이다. 한의사 권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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