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3 18:29
수정 : 2014.10.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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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독감으로 100여명이 숨진 지난해 1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공항검역소 직원들이 열 감지 카메라를 이용해 입국하는 승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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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 가정한 시뮬레이션 보니…
16일 뒤 서울 33%, 18일 뒤 강릉 29%,
19일 뒤 원주 23%, 23일 뒤 평창 14%
서울부터 백신 투입해야 가장 효과 높아
에볼라는 전파 방식 달라 ‘참조’만 해야
정부가 에볼라가 확산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감염을 우려한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소속 간호사 4명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22일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국립중앙의료원은 23일 “에볼라 공포 때문이 아니라 육체적 피로 누적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에도 에볼라 공포가 퍼지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국내에 에볼라 감염자가 들어오면 대도시로 퍼지는 시간이 얼마쯤 될까. 백신은 어떻게 투입해야 효율적일까. 정교한 예측은 어렵지만 비슷한 연구를 토대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은경·이택진 연구원 등은 지난해 10월 한국인터넷정보학회지에 ‘전염병의 경로 추적 및 예측을 위한 통합 정보 시스템 구현’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2018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때 인천공항을 통해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유입된다면 어떻게 번져나갈까’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고 있다. 에볼라는 감염된 사람과 밀접한 접촉이나 주삿바늘 공유 등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신종인플루엔자와는 전파 방식이 다르다. 그러니 참고용으로만 해당 연구를 살펴보는 게 좋다.
연구는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인구이동이 많은 서울·인천공항·강릉·평창·원주 등 다섯 곳을 시뮬레이션 대상으로 삼았다. 이동수단은 기차·승용차·버스·비행기로 한정했고, 국가통계포털이 제공하는 각 교통수단별 일일 교통량 자료를 입력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시뮬레이션 결과, 백신이 없을 경우 신종 인플루엔자A(H1N1)는 인천공항에서 유입된 지 16일 뒤 서울 인구의 약 33%를 감염시켰다. 18일 뒤엔 강릉 인구의 약 29%, 19일 뒤엔 원주 인구의 약 23%, 23일 뒤엔 평창 인구의 약 14%를 감염시켰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자연치유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감염자 비율은 해당 일 이후부터 감소했다.
백신 양이 충분치 않다면 어떤 도시에 우선 투입해야 상대적으로 효율적일까. 인천공항에서 감염자가 발견된 뒤 나흘째 되는 날 각각 서울과 평창에 백신을 투입한 경우를 가정해봤다. 강릉·인천공항·원주는 어느 도시에 백신을 투입하든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에만 백신을 투입할 경우 서울의 최대 감염자 비율은 백신이 없을 때 최대 감염자 비율인 약 33%에서 24%로 최대 9%포인트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평창은 백신이 없을 때 최대 감염자 비율인 약 14%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평창에만 백신을 투입하면 서울의 감염자 비율은 29%로 백신이 없을 때보다 최대 4%포인트 정도 줄고, 평창은 약12%로 최대 2%포인트 감염자 비율이 줄어든다. 즉, 백신 투입 도시로 평창을 택할 경우 평창과 서울 모두에서 작은 이득을 보는 반면, 서울을 선택하면 평창에선 이득이 없지만 서울에서 큰 이득을 본다.
이택진 박사는 “해당 연구는 모든 사람이 균일하게 만난다고 전제했기 때문에 현실보다 전파율이 높게 나왔을 것”이라며 “전염병 전파는 교통량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받기 때문에 백신이 한정돼 있다면 유동인구가 많고 전출입 인구가 많은 서울에 백신을 투입하는 게 전체 감염자 수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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