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20 19:56
수정 : 2015.01.20 21:03
평소 섬유질 많은 음식 챙겨 먹고
화장실 오래 앉아 있지 않아야 예방
수술해도 재발 위험 높아 유의해야
혈변 원인은 치질 말고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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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는 특히 술과 추위 탓에 치핵 등 항문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항문질환이 있으면 앉아 있거나 앉았다가 일어설 때 통증이 나타난다. 평소 섬유질을 충분히 챙겨 먹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예방 및 치료가 된다.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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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에서 출혈을 보면 암 등 심각한 질환을 생각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치핵 등 치질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말연시에 잦은 술자리를 가진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치질일 확률이 더 높아진다. 알코올과 추위는 치질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치핵 등 치질은 초기에는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며 설혹 악화돼도 수술로 치료가 잘되지만, 평소 치질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재발 위험이 높다. 가족 중에 대장암 등 대장질환의 병력이 있다면 출혈의 원인이 이들 질환에서 유발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연말연시 술과 추위는 항문질환의 독
항문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치핵은 항문 근처의 혈관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변을 보다가 이 혈관이 터지면 출혈이 생긴다. 혈관 확장을 불러오는 환경에 처하면 그만큼 출혈 위험이 커진다. 술이 대표적인 악화 인자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항문 근처의 혈관도 예외가 아니다. 술을 마시면 치핵이 있는 곳의 점막과 혈관이 부풀어 올라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추위도 마찬가지다. 기온이 내려가면 우리 몸의 피부와 근육이 수축된다. 그 결과 항문 주변에 있는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고 이 압력을 견디려고 모세혈관이 부풀어 오른다. 이때 변을 보면 출혈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식습관 등 생활습관 개선해야 재발 방지
적은 양의 출혈 등 증상이 가벼운 치핵은 식습관 개선이나 좌욕 등으로도 증상이 호전되거나 치료될 수 있다. 우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변이 부드러워지고 변비 증상이 개선되며 출혈 증상이 상당히 줄어든다.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20~30분 정도 담그는 좌욕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화장실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며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주변의 혈관이 압력을 받아 그만큼 치핵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는 피해야 한다.
피로와 스트레스도 치핵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치핵이 심해져 대변을 볼 때마다 늘어진 점막이 항문 밖으로 나와 다시 들어가지 않거나 변을 보지 않을 때에도 출혈이나 통증이 계속되면,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요법만으로는 증상 개선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는데, 수술을 한 뒤에도 치핵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치질은 흔히 여성한테 더 잦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남성 환자가 더 많다. 다만 20대는 여성 환자가 더 많은데, 이는 변비나 임신 등이 치질을 악화시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혈변은 치루·치열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도
변을 볼 때 출혈이 생기는 치질에는 치핵 이외에도 치열이나 치루도 포함된다. 치열은 항문이 찢어져 출혈이 일어나는 걸 말하는데, 주로 변비가 있어 딱딱한 변을 볼 때나 설사가 계속될 때 생긴다. 치핵과 마찬가지로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고 물을 자주 마셔 변비를 개선하면 좋아진다. 좌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항문이 찢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며 항문 점막이 딱딱해지고 항문 공간이 좁아지는 만성 단계에 이르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만성 치열은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치루는 항문 주변 조직에 염증이 발생해 고름 주머니가 생기고 이 주머니가 밖으로 터진 상태를 말한다. 대장의 끝 부분이나 항문 주변 피부 사이로 피나 고름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이 고름 주머니는 땀구멍이 피지에 막혀 생기는 여드름처럼 항문선의 입구가 막히며 염증이 생겨 만들어진다. 이 치루는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방치하면 치료가 어려운데다가 항문의 괄약근을 망가뜨리는 복잡성 치루로 악화될 수 있어서다. 치질 이외에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질환 때문에 혈변이 생길 수 있다. 50대 이상이나 가족 중에 대장암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이런 위험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강상희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박선진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홍영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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