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20 19:58
수정 : 2015.01.20 19:58
이 주의 건강 화제
방사선 진단 장비를 20년 가까이 사용하느라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의사의 손가락 피부가 죽는 증상이 발생했다. 의료용 방사선 진단 장비도 오랜 기간 과다하게 노출되면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유미·오성균 원광대 의대 산본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은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뒤 손가락에 피부 괴사 증상이 생긴 사례를 확인해 지난해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논문을 보면, 이 의사는 방사선 장치로 척추 쪽을 비추며 주사를 놓는 척추주사요법을 한달에 100건 이상씩 거의 20년 동안 해왔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 부분이 오랫동안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다.
이 의사는 2012년부터 양쪽 엄지와 검지에 가려움증과 건조증이 생겼다. 해당 부분의 피부가 딱딱해지고 얇아지며 손톱 주변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에 이 의사는 피부과 등을 찾아 보습 및 광화학요법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더욱 악화돼 결국 왼쪽 검지에 1㎠ 정도 크기의 피부 괴사가 발생했다. 결국 원광대 산본병원을 찾아 ‘방사선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연고 치료를 받았다. 이후 자가혈액 피부재생술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약간 줄어든 것 말고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의료진은 손가락 피부의 괴사 부위를 잘라내 다른 곳의 피부를 이식한 뒤 현재까지 경과를 관찰 중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엑스선 튜브 안에 손을 두면 방사선 노출량이 분당 40m㏜(밀리시버트) 정도다. 만약 12분30초 동안 노출되면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가 정한 정형외과 의사의 한해 피폭 허용량(손은 500m㏜)에 도달한다는 발표가 있다. 의사들은 방사선에 피폭되는 위험성에 늘 노출돼 있는 만큼 전신 차폐 기구뿐만 아니라 방사선 차폐 장갑을 착용하고 방사선 촬영기와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과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거의 매일 17년 동안 방사선에 노출돼 생긴 증상으로, 질병 진단을 위해 방사선 검사를 받는 환자들한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는 한차례 받을 때 부위에 따라 8~25m㏜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는 일반인의 한해 피폭 허용량인 1m㏜보다 훨씬 많은 양이라 과도한 건강검진 등은 삼가는 게 좋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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