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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갖가지 식재료와 음식을 사려고 시장을 찾은 사람들. 과거 명절에 겪은 힘든 기억이 불안·초조·심장두근거림 등 명절증후군을 부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김성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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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명절증후군 극복 요령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척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됐다. 온갖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식사하며 평소 못다 한 정을 나누는 자리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가족 사이에 생기는 크고 작은 갈등 때문에 오히려 명절 자체가 싫거나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음식 준비를 둘러싼 갈등부터 젊은층한테는 결혼이나 취업 등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칫 명절 뒤까지 소화장애, 복통이나 두통 등 신체의 여러 스트레스성 반응이 생기는 명절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련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이런 명절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알아본다. 과거 기억에 분노·무기력감 등 표출명절음식 떠맡은 여성들이 가장 취약
증상 다르지만 남편·시부모도 피해
가족 공감 때 스트레스 줄어
설 함께 준비하고 충분한 휴식 필요 과거 기억 재현돼 신체·정신적 스트레스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없던 어지럼증이나 두통·복통·심장두근거림·피로감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증상과 함께 정신적으로 우울해지고,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초조해지며, 무기력감이나 조절할 수 없는 분노감이 들기도 하다. 이 때문에 종종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명절증후군’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이는 과거에 명절을 지내며 힘들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가 다시 떠올라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대체로 명절증후군은 명절 앞뒤 2~3일 동안 증상이 심하고, 명절이 지나거나 가족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면 씻은 듯이 사라진다. 그러나 드물게는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명절증후군이 적응장애나 우울증 등의 촉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적절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시부모·남편도 명절증후군 피해자 될 수 있어 평소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일을 하며 살던 가족이 모이면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게다가 명절은 전통 또는 관습과, 현대의 생활이 부딪치는 기간이기도 하다. 핵가족으로 살던 사람들이 단 며칠이지만 대가족 경험을 하며 겪는 갈등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명절 기간에는 각종 음식이나 제사 준비에 바쁜 주부들뿐만 아니라 결혼·취업 대상인 젊은이들, 가족 사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남편·시부모도 모두 명절증후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도맡아야 하는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 설상가상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문화와 남녀 차별 등도 함께 겪을 가능성이 높아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삼가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명절증후군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는 방법은 휴식이다. 적절한 운동이나 취미활동도 도움이 된다. 이번 연휴는 닷새가량인만큼 설날 뒤에 충분히 쉬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나 간단한 일거리들은 남성한테 맡기고 틈틈이 휴식시간을 갖는 게 좋다. 남편 등 주위 가족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남성들은 여성의 일을 적극적으로 도울 뿐만 아니라 여성이 힘들어하는 상황과 이유에 공감하도록 애써야 한다. 명절에 제사나 집안 갈등 등 해묵은 논쟁거리를 꺼낼 필요는 없다. 꼭 해결해야 할 가족 사이의 갈등이 있다면 명절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다루는 것이 좋다. 젊은층한테 주로 묻게 되는 결혼이나 취업 등은 구체적으로 하지 말고 직설적인 답변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임신을 촉구하는 등 지나치게 사생활을 간섭하는 질문도 피해야 한다. 이밖에 가족들이 다 함께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이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화제를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적절한 선물 준비는 가족의 유대감을 높이고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들지만 부담으로 느껴지면 곤란하므로 선물을 준비할 때도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사전 조율하는 것이 좋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김지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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